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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19:41 수정 : 2005.11.03 19:41

[병영과 한국남자] 외국의 병영문화 일본 ‘회사같은’ 자위대로 개편

후임병에 대한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비롯한 한국군의 병폐는 대부분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일본군에서 온 것이다. 해방 이후 군대를 편성하면서 자발적인 애국심과 상호존중의 전통을 가진 광복군이 아니라 고압적인 군대문화를 가진 옛 일본군 출신들이 주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일본군의 문화는 지금 확 달라져 있다.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다가 남북대치 상태에 있는 우리와 많은 점에서 다르지만, 그들이 낡은 군대문화를 극복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본 자위대에서 억압적 군대문화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왕에 대한 충성과 상명하복의 절대화, 그에 따른 구타·가혹행위의 일상화로 대표되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폐습은 대부분 탈색됐다.

‘일본군’의 환골탈태는 정부의 강력한 과거 단절 노력과 병역제도의 변화에서 비롯했다. 옛 일본군이 자위대로 거듭나는 첫 작업은 인적 청산이었다. 군국주의가 뼛속까지 파고든 옛 일본군 장교들의 복귀를 막는 일은 제국 군대의 부정적 전통을 차단하는 지름길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자위대의 전신인 경찰예비대가 창설될 당시 연합군사령부와 일본 정부는 패전 뒤 공직에서 추방된 군 인사들이 합류하는 것을 최대한 저지했다. 또 서구식 ‘민간통제’ 원칙에 따라 경찰예비대의 참모조직을 모두 경찰 등 민간인으로 채웠다.

교수등 민간인만 간부 양성 방위대 교장 임명
교양 교육 확대…민주적 인권의식 뿌리내려

일본 정부는 이어 자위대의 중추인 장교들에 대한 민주 교육에 역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자위대 간부 양성소인 방위대학교의 교장을 53년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민간인 출신으로 임명해오고 있다. 게이오대 교수 출신의 마키 도모오 초대 교장은 개교식 훈시에서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 인간성 함양을 더 강조했다. 그는 치우침이 없는 균형잡힌 인간, 민주주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신사가 될 것을 당부했다. 방위대의 교육과정도 군사 일변도에서 벗어나 교양교육과 과학교육의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일선 부대의 민주화는 새로운 문화를 체득한 지휘관들이 등장하고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병역제도가 바뀐 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였다. 자위대원의 임기는 2~3년이다. 원치 않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부당한 명령이나 비인간적 대우 등은 이들의 대량 퇴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설 자리가 별로 없다.

특히 일본 평화헌법은 군대보유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자위대는 정식 군대로 인정되지 않고, 군법회의도 없다. 따라서 자위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타나 가혹행위는 형사사건이 될 수 있다. 폭력을 가한 상급자는 민간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일선 부대에서 이런 불상사를 은폐하기도 어렵다.


이와 함께 자위대가 대원 확보를 위해 벌여온 ‘매력있는 자위대 만들기’는 억압적 문화를 없애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 인권 존중 의식이 뿌리내리고, 숙소 등 병영생활 여건이 크게 향상됐다. 방위청의 한 관계자는 “자위대의 조직문화는 일반 회사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방위청은 요즘 자위대원들의 과도한 채무나 가정파탄, 약물복용 등 개인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자위대 전문가인 마에다 데쓰오 도쿄국제대 교수(안전보장론)는 “현행 제도에선 자위대가 민주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위대 생활로 인해 품성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개병제 실시 스위스에선
우수 복무자는 직업군인 채용
자유로운 생활속 절제 이끌어

스위스는 한국처럼 국민개병제에 근거한 민병제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의 모든 남성들은 만 19살이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고, 총 260일 동안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다. 만 20살에 연 2회 상, 하반기로 나누어 군사학교에서 실시되는 총 21주 간의 신병교육 훈련을 끝내고 나면, 나머지 복무 기간은 개인 사정에 따라 19일 단위로 나누어 30살까지 이행하면 된다.

대학생들의 경우 주로 방학을 이용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직장에 다니면 유급휴가를 받아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위스 병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훈련시간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가능하고, 병영 안에서 술도 먹을 수 있다. 두발제한도 특별히 없고, 더운 여름에는 훈련 때 사복 반바지가 허용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허용된 자유를 벗어나면 엄격한 대가가 기다리는 스위스의 엄정한 제도적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 및 복무 성적 우수자를 부사관 또는 장교후보자로 선발하는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즉, 군생활 자체가 하나의 직업군인 선발시험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도 다른 나라들처럼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직업군인은 선호되는 직업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군생활에 임하는 스위스 젊은이들의 태도는 자유로우면서도 사뭇 진지할 수밖에 없다.

또 최근에는 여성이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자원입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자원입대한 스위스 여성은 총 279명이었다. 특히 스위스 국방부가 ‘양성군대’를 위해 여성 자원입대를 적극 독려하고 있어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독일은 전투병과를 비롯한 군대 내 모든 영역에 여성의 비율을 늘려가며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0년 여성을 전투병과에서 배제하는 근거였던 “여성은 무기를 만질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폐지하라는 유럽법원의 결정 이후 독일은 병역 관련법을 개정해 군의 모든 분야에 여성 장병을 뽑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병영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여군을 부르는 호칭법과 막사에서 노크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적힌 지침서로 장교 교육부터 시작했고, 여성 화장실과 샤워장이 새로 군대에 들어섰다. 올 초에는 25살까지 의무적으로 막사생활을 해야 하는 군인들을 위해 막사 안의 성생활도 허용했다.

2001년 이후 여군 비율은 6%까지 가파르게 치솟았고, 전체 여성 군인 가운데 50%는 실제 전투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독일 국방부는 2010년까지 여군비율을 15%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군이 늘어나 전투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제기됐지만, 전문기관은 하나같이 여군의 증가로 인한 군의 전투력 저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제네바/윤석준 통신원, 베를린/강정수 한겨레21 전문위원 semio@naver.com

[인터뷰]반 데르 크납 네덜란드 국방차관
“여군 늘리니 성차별적 문화 크게 줄어”

“모든 조직은 남성과 여성이 일정 비율로 공존해야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9월 방한 중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반 데르 크납 네덜란드 국방차관은 현재 자신의 최대 관심사가 여군비율을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여군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가지만, 1997년 징병제가 폐지될 때까지 대부분의 여군들은 간호병과에서 복무했다.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군의 모든 병과에 여군비율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 현재 여군 비율은 8~9%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여군 비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 데르 크납 국방차관은 “처음 여군 확대 방침을 내놓았을 때 일부 남성 군인들의 반발이 있었다”며 “그러나 여군들의 입대가 늘자 동시에 남성들의 입대도 크게 늘어 모병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군들이 늘어나면서 병영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남성들만 있는 군대에서 있는 여성을 비하하는 심한 농담이나 남성우월의식 등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여군입대로 인해 남성들 사이의 의사소통도 더욱 원활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남자들끼리만 있으면 남자들 중심으로만 생각하게 되는데 여군들이 들어오니까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고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군대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는 해외작전에서 잘 드러난다”며 “이라크에 파병된 부대가 남자들끼리 있었다면 이라크인들을 멸시하거나 가혹하게 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여성들이 함께 있으니까 이라크인들을 더욱 존중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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