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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30 19:07 수정 : 2005.11.30 19:07

1987년 피랍된 동진호 선원의 딸 최우영씨가 30일 오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아버지 애타게 찾는 딸일 뿐인데” 하소연 눈물의 열여덟번째 겨울은 또 찾아오고…

“진보 쪽을 만나면 보수 쪽 눈치가 보이고, 보수 쪽을 만나면 진보 쪽 눈치가 보입니다. 저는 그저 아버지를 애타게 찾고 싶어하는 딸일 뿐인데, 과대평가되고 오해도 사게 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1987년 납북된 어선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의 딸이자,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 최우영(35)씨는 최근 납북자가족협의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 한 편을 올렸다. 최씨는 글에서 납북자 가족이 당할 수밖에 없는 애타는 심정과 함께, 진보와 보수 양쪽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심정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가 지난달 23일 임진각 소나무에 아버지의 귀환을 비는 염원을 담은 노란 손수건을 매단 지 한 달이 지났다. 앞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아버지를 무사히 보내달라’고 쓴 편지를 신문 광고로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북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인터뷰를 수백 차례 했습니다. 인터뷰한 매체에는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었습니다. 어떤 매체 기자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는 기자분이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최씨는 인터뷰를 하는 40여분 동안 줄곧 흐느꼈다.

“인터뷰할 때마다 아팠어요. ‘언제 아버지가 납북됐느냐, 그때 상황은 어땠느냐’는 똑같은 물음을 줄줄 외워 대답하고 나면, 그때마다 아픔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인터뷰하면서 북받쳤던 감정이 가라앉아 평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도 저한테 귀를 기울여 주시는 분이 있으면 누구한테나 가야죠. 아버지를 위해서요.”

납북자 문제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은 우익 편향적인 단체들이 많았고, 최씨로선 자연스럽게 이들과 많이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최씨로선 단체 성격이 무엇이든 집회 때 손팻말 하나라도 들고 나와 주면 고마울 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최씨의 순수한 뜻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았다.

최씨가 최근 한 노동 관련 집회에서 노동운동계 저명인사를 만났을 때다. 최씨가 민주노총 사회보험노조원이라고 밝히자 그는 웃으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어 최씨가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 직함이 적힌 명함을 내밀자, 그의 안색이 바뀌더니 바로 자리를 피했다. 최씨는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요즘은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공연히 눈치가 보여요. 어느 한쪽 이야기를 주로 들으면 저쪽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혹여 앞으로 우리 이야기를 안 들어 주지 않을까 걱정부터 듭니다.”

납북자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올해는 ‘노란 손수건 달기’와 ‘편지 광고’로 그 어느해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씨는 그래도 자신을 원하는 인터뷰라면 무조건 계속할 작정이다. ‘북한에서도 기사는 읽겠지. 기사를 읽고 최소한 아버지를 해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서다.


생존해 있다면 올해 환갑인 그의 아버지는 한겨울이던 1월 납북됐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최씨는 ‘아버지가 춥지는 않으실까, 따뜻한 밥은 드실까’ 하는 생각에 더욱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가 아버지 없이 맞아야 하는 열여덟번째 겨울이 또 오고야 말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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