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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1 13:53 수정 : 2005.12.01 13:53

금강산 북한 안내원과 이야기를 하며 북한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지난 11월18일은 금강산관광이 1998년 시작된지 7주년이 되던 날이다. 지금이야 금강산관광이 7년동안이나 계속되고 있어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98년 처음 금강산관광을 합의하기 위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방북을 하고 금강호가 강릉에서 출항하였을 때의 느낌은 실로 반세기 분단 이후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표현밖에 할 수가 없다.

이제는 그리 새롭지 않은 금강산관광의 의미를 다시 찾는 이유는 금강산관광은 최초의 남북 대규모 민간 교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엄밀한 의미로 따진다면 남북 교류라기 보다는 남한의 북한 방문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이 맞다.) 독일 통일에 있어서도 통일의 선조건으로 물적교류와 함께 인적교류가 상당히 많은 작용을 하였던 것과 같이 우리도 이제서야 인적교류의 첫 시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또 이제 7년정도 진행되온 금강산관광은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거쳐오며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등의 새로운 남북관광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금강산관광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주축이 되어 추진해왔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금강산 문화회관에 355억 원, 온천장 300억 원, 온정각 189억 원 등 총 844억 원을 투자했을 뿐이다(문화회관과 온천장은 시설인수의 개념이고, 온정각은 46.2%의 지분투자임). 이는 결국 말이 투자일 뿐, 실질적으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거의 지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수단체에서 퍼주기논란을 가져온 바 있다. 그러고나서 이제는 주수입원인 면세점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 당장의 그 부담에 이익을 내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카지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9월말 한국관광공사의 장기 부채규모는 1,125억 원으로 이중 대부분이 금강산관광사업에 지원되었다는 것은 공사 자체로서도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분투자를 한 금강산 온정각 모습./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금강산관광 민간기업 7년 동안의 성과가 약 1조 원의 적자, 공공기업의 1,000억 원 가까이 되는 부채만 쌓여있다는 것은 금강산관광사업이 외관상 지속되고는 있으나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상당히 시급하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 없이는 비단 금강산관광사업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시사한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역시 그 사업의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가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의 문제는 지금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농민에 대한 정부의 지난 정책들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계속 출혈이 예상되는 사업에 민간은 공공적 성격을 지닌 사명을 떠안고 포기할 수 없어 사업을 지속하고, 정부는 사업의 적자가 누적되면 공적자금 투입하듯이 단시안적 지원만을 할 뿐이다. 그렇게해서 그동안 농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는가? 농민 정책이 실효성이 있었는가?

금강산관광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가

금강산관광 7주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왔다. 1998년 금강호 운항 후 엄청난 국민적 호응으로 봉래호, 풍악호 등 다양한 크기의 크루즈가 운항을 하였다가, 1999년 6월 민영미씨 억류 사건이후 관광객이 급감하였다. 2001년에는 잠시 금강산관광이 운항 중단되며 현대상선에서 현대아산으로 사업주체가 변경되며 사업규모가 대폭축소되기도 하였다. 그러다 2002년 이산가족, 학생,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게 금강산경비 일부지원을 통해 점차 활성화되었고,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되며 안정된 사업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김윤규 전 현대아산 사장 퇴진 이후 북한과의 신뢰에 대한 문제로 사업 축소되었다가 금강산관광 7주년을 기점으로 비로소 다시 정상회복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러고보면 금강산관광사업만큼 하나의 관광사업이 많이 변하고, 주요 사건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례도 찾기 어려울 듯 싶다. 이는 금강산관광사업이 비단 민간이 이끌어나가는 사업이기 이전에, 남북 특수의 정치적 사업이기에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금강산관광을 경쟁력있고 매력있는 상품으로 만들라고만 주문한다고 그게 쉽게 될 수 없는 조건을 이미 민간에서는 떠안고 있다. 현대아산이야 말로 누군들 그렇게 매력있는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기껏해야 북한 특산물이나 관광기념품이 매력성을 지속한다고나 할까?

개성에서 판매하는 북한 청량음료는 매력적인 관광기념품임에 틀림없다./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아산은 금강산 지역에 내년 8월을 완공 목표로 18홀 골프장을 짓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종합레저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9월에는 금강산비치호텔을 오픈하였고, 스파리조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7년 전에 비한다면 정말로 많이 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상황이 상당히 악화되었을 2001년에만 해도 시설이라고 해봤자 식음시설과 매점이 있는 온정각 휴게소와 평양 모란봉 교예단이 공연하는 문화회관, 그리고 온천장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익을 제1의 목적으로 삼는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드는 건 기우일까? 국내 관광객이 금강산관광과 같은 남북관광에서 바라는 점이 무엇일까? 이는 누가뭐래도 북한이라는 지역에 대한, 그리고 북한 문화에 대한 신기성이다. 또 이산가족 및 실향민에게는 북한 문화에 대한 향수 또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재방문을 위해 개발하는 것이 국내의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남해안 관광벨트 등 이미 엄청난 투자계획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개발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개성 출입국사무소(CIQ) 통과 후 맞이하는 북한 판매원 모습에서 북한 신기성을 느낄 수 있다./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물론 민간기업이 자신이 투자를 하여 자기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부지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다. 또 현대아산 내부적으로도 아마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한 개발사업으로 골프장, 숙박시설, 리조트 단지 등이 당연히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투자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자체 등이 아무리 관광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투자자를 모집하기 쉬운 것은 골프장 및 리조트 단지뿐이니까 그 상황이 북한지역에 대한 개발이라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민간의 문제이다. 정부와 공공기업에서 해야할 일은 따로 있을 것이다.

인프라 지원자로서의 정부 역할

지난 7주년 기념식에 맞추어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금강산관광을 하면서 이용 편의성을 위해 금강산지역에 공항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보수세력이야 또 퍼주기냐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그것도 때늦은 감이 있지만- 공감이 갔다. 그동안 현대그룹 전체적인 대북사업 출혈은 사실 금강산관광사업이라는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지역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시설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었다. 처음 금강산관광 합의를 하고난 다음 금강산관광 지역에 처음 문제가 된 것이 항만과 도로, 전기시설 등의 기반 인프라의 부재였고, 이 부분의 투자가 컸기 때문에 대북사업 3주체였던 현대상선은 떨어져나갔고, 현대백화점(구 금강개발)은 사업부서에서 여행사업본부내 하나의 운영팀으로 축소되어버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당연히 금강산관광사업과 같은 공공성이 짙으면서도 정치적인 사업에 대해 기반 인프라 조성을 해주어야 한다. 다행히 개성관광의 경우는 도로를 남한 지역에 남한 정부가, 북한 지역은 자재를 대주었기 때문에 민간에서 부담은 덜었지만 이미 민간기업이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큰 비용을 지불하고 말았다. 보수세력들도 이러한 인프라 조성을 북한 퍼주기라고 하지만 말고,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박정희 정권시대에도 중동지역 건설개발시 정부에서 인프라 조성에 앞장섰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난 10월 건설교통부에서 건설업계의 해외진출시 지원하는 해외인프라펀드 설립 발표와 관련, 시장개척지원자금의 북한지역 포함 등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

정치적 문제 해결로서의 정부역할

그동안 금강산관광사업은 물론 김대중 정부때부터 전폭적 지지, 정경분리 원칙으로 시행되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지지의 성격이 상당부분 후원과 같은 역할로만 존재하여,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정부가 민간기업의 희생을 강요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예로 지난 제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경우, 기존 남한에서 상봉행사를 준비했을 때 예산이 어느 정도이기 때문에 그 금액으로 무조건 금강산 지역에서 해야 하며 나머지 부분은 민간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금강산까지의 물류비용만 따져도 국내에서 치르는 예산의 20% 이상이 추가되고, 또 현지사정이 안 좋아 각 계열사 파견인력, 기물 신규 구입까지 합치면 상당부분 희생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은 정부의 지지가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여러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큰 불편을 겪는 신원조회에 대한 문제이다. 금강산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금강산관광은 출발 시점보다 상당히 이른 시점에 예약을 끝내야 한다. 그 이유는 금강산관광을 가기 전 통일부, 국정원, 경찰청 등에 신원조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금강산을 가려면 약 보름전에는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관광을 다닐 때 물론 한 지역을 오랜 시간 벼르고 있다가 가는 경우도 있지만, 한 지역을 관광하고 난 다음 옆에 있는 관광지도 가볼까 하고 가는 경우도 많은데 금강산은 그럴 가능성이 원천봉쇄되어있다.

통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여전히 금강산관광을 포함하여 개성 시범관광까지도 통관시 관광객이 모두 통관절차가 끝나야 관광을 출발하고 있다. 개성 시범관광이 오전 8시정도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정도에 끝나니 약 9시간 정도를 관광시간이라 생각해보자. 이중 남한측 출입국사무소(CIQ)에서 40분, 북한측 출입국사무소(CIQ)에서 40분을 거친다고 볼 때, 이를 왕복으로 계산하면 총 2시간 40분 정도를 그저 짐풀르고 세관대를 거치고, 수속 밟는 왕복 20분을 제외하고는 기다리는 시간으로 차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약 관광일정의 4분의 1은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를 민간에서 개선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남한 정부에서 북한 정부와 해결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면 개인 승용차를 타고가서 금강산지역을 볼 수 있는 날은 오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물론 이 승용차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의 절차가 없으면 인허가상에 어려운 점도 있는 등 복잡하게 걸쳐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관광운영자로서의 정부역할

개성공단 및 관광을 위해 신축중인 남측 출입국사무소(CIQ) 모습,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관시간의 축소이다./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정부역할보다 사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민간에서 수익성 때문에 놓칠 수 있는 남북관광의 방향성 제시를 통해 직접 관광운영자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북한 관광상품의 고유성인 북한 문화의 신기성을 보다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관광사업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말로만의 투자뿐인 지원책이 아니라 실제로 사업을 통한 투자가 되어야 한다. 왜 시설 투자로 인한 부채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카지노 사업으로 해결을 보려 하는가. 과연 소위 해외 카지노 큰손을 유치하기 위한 로비를 공공기업에서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카지노 사업은 한국관광공사에게 자충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금강산관광은 사실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기 보다는 북한의 모습이 그럴 것이라는 '무대화된 고유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광객들이 접하는 관광안내원들은 북한 사람보다는 남한 사람과 조선족이 더 많으며, 관광루트는 북한 사람이 활동하는 지역이 아닌 남한 사람만이 다니는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개성관광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이 덜하다. 개성시내도로를 그대로 통과하고, 식사하는 통일관도 시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개성시민들이 아무리 통제를 한다하더라도 바로 길을 사이에 두고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강산관광 역시 점차적으로 이러한 모습이 허용되어야 그 신기성을 유지하여 재방문을 창출할 수 있고, 그러한 교류가 남북 문화를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관광사업은 정부 등이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민간에만 떠넘기는 우를 7년이 지나고나서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북관광의 지속성을 기대한다

글을 맺기 전에 엉뚱한 이야기를 해본다. 요즘 농민집회를 보며, 또 전경 1001, 1002 기동대의 무차비한 과잉진압을 보며, 왜 정부는 이제서야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며, 쌀비준안 찬성을 하기 전에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가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책임은 농민들에게 다 떠안기고, 그저 정부는 농가부채에 대한 금리만을 낮추어주는 단편적인 지원 역할만을 하냐는 것이다. 거기에 가끔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유기농이나 획기적인 품종 개선을 하면 그제서야 잘했다며 더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형태가 연수입 2,900만원에 부채는 2,700만원인 현재 농민들의 어려움을 부추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북관광은 이러한 정부의 모습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 정부는 순진하게 7년이나 잘 버텨 왔으니 앞으로도 잘 버틸 거라고 생각하는가. 여전히 민간기업은 금강산관광이 축소되면 당장 BEP(손익분기점)를 못 맞출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있다. 남북관광의 지속성을 위해선 정부가 지원과 지지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운영과 투자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이 '기우'와 '오버'라 생각지말고 문제가 터지기 전에 다시금 고민을 해주기를 금강산관광 7주년이 얼마 지난 시점에서 가져본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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