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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2 21:02 수정 : 2019.12.13 02:40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연말 시한’ 앞두고 15~17일 방한 주목
미국, 안보리서 트럼프 지시로 ‘북 정세’ 논의만
북한은 “우리로 하여금 명백한 결심 내리게 도움”
“미국의 어떠한 선택에도 상응한 대응해줄 준비”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특별대표가 15~17일 한국에 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겠다며 이달 하순 열겠다고 예고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둔 때다. 북한이 공언한 ‘연말 시한’과 ‘새로운 길’을 앞두고 긴장이 높아지는 한반도 정세 반전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각별한 주목 대상은 비건 지명자의 방한 기간에 북-미 접촉이 이뤄지느냐다. 현재로선 판문점에서 북-미 비공개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비건 지명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가져온다면 북한이 접촉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비건 지명자는 한국→일본→중국순으로 동북아시아 3국을 순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첫 방문지가 서울인 데서 드러나듯, 한-미 협의와 방한 계기 북-미 접촉 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건 지명자는 서울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포함해 청와대·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애초 이번 순방은 미 의회의 부장관 인준 절차 이후 상견례를 겸해 추진됐다. 그러나 북-미 대치 등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어 의회 인준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되는 것이다.

비건 지명자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거친 ‘담화 외교’와 지난 7일 동창리 엔진 연소 시험 등에 맞대응하기보다 정세 관리에 중점을 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잘망스러운 늙은이”라 깎아내린 북한의 막말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을 목표로 추진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토의’를 급정지시켰다. 대신 11일 안보리에서 ‘북한 정세’를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외 언론은 이날 안보리 회의를, 북한의 동창리 엔진 연소 시험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 카드로 풀이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안보리 논의 주제를 ‘북한 인권’이 아닌 ‘북한 정세’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적대 정책의 발로”라 맹비난하는 ‘북한인권결의’ 추가 논의를 정지시키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완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은 12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어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도하며 대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고는 “미국은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했다.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시사로 읽힌다. 그런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해, 미국의 선택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담화는 9일 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직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한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담화 이후 사흘 만이자, 10월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이후 18번째 ‘미국 비난 담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을 정세 진전의 실마리로 삼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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