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5 19:45
수정 : 2019.12.1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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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2일(현지시각) 북한이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0m 길이 트럭 등이 포착되는 등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38노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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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북 “13일 시험, 전략적 핵억제 강화”
‘ICBM 개발’ 내비치며 미국 압박
비건 통한 트럼프 메시지에 주목
“북 새로운 셈법 원하는데, 미 동문서답
한국이 군사훈련 중단 가교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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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2일(현지시각) 북한이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0m 길이 트럭 등이 포착되는 등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38노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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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은 “13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14일 오후 발표했다. 7시간여 뒤인 14일 밤 10시40분께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미국의 핵위협을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원의 7·13일 두차례 “중대한 시험”이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에둘러 밝힌 셈이다. 한국·미국 정부는 ‘중대한 시험’은 엔진 연소 시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4일 북한의 두차례 발표는, 미국 등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행(11일)을 “정치적 도발”이라며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12일)에 이은 것이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5일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미국에 대결과 협상 가운데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이다. 실제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약속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의 재확인, 미국이 ‘비핵화 먼저, 제재 해제 나중’ 태도에서 벗어나 단계적 동시·병행 조처 협상에 나서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지명자의 방한을 계기로 어떤 대북 방침을 밝힐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 친서를 보내는 정상외교를 할지가 세밑세초 한반도 정세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그동안 삼가던 “핵억제력”을 입에 올리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위성발사장의 두차례 “중대 시험”과 관련해, “전략적 지위 변화”(8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14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또다른 전략무기 개발”(14일 박정천 담화)이라는 식이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돼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며, ‘협상을 통한 평화’에서 ‘힘을 통한 평화’로 대응 기조를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강경 일변도는 아니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우리 군대는 최고영도자(김정은 위원장)의 그 어떤 결심도 철저히 관철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14일 두차례 발표를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공개하고, ‘인민의 필독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았다. 대신 <노동신문> 15일치 1면에 “전국당 선전일꾼”과 “전국청년학생들”의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 소식을 크게 실었다. 안으론 ‘어떤 고난도 견뎌내야 한다’며 정신무장을 독려하고 밖으론 ‘협상의 문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신호를 발신하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비건 지명자는 10월 초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때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개 항의 이행 구상을 6시간에 걸쳐 설명했지만, 정작 북쪽의 핵심 관심사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제재 완화·해제’ 문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겸 북한담당 부차관보도 11월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한반도의 70년 전쟁 상태 종식”을 위한 “평화체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재 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웡 부대표는 그날 비공개 대화에서 ‘비핵화 먼저, 제재 완화·해제 나중’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북한이 스톡홀름 협상 이후 20차례에 걸쳐 ‘미국 비난 담화·발표’를 쏟아내는 배경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새로운 셈법’을 일관되게 요구하는데 미국이 동문서답을 하는 게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재확인하고, 제재 문제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하는 게 북-미 협상 재개의 최소 요건”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양대 축으로 거론해온 “국가 안전 위협”은 한-미 군사훈련을,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 저해 장애물”은 대북 제재를 겨냥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제재 문제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얽혀 일방적 선언이 어렵다면, 군사훈련 중단 문제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협상 재개의 가교 구실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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