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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2 19:01 수정 : 2019.12.23 02:3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국방력 강화 방안과 군 조직개편 등이 논의됐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뉴스분석]
김정은, 당 군사위 확대회의 “전반적 국방력 강화”
전원회의서 결정할 새 노선에 ‘군사적 내용’ 예고
미국, 북한의 ‘성탄 선물’ 촉각…한중일은 정상회의

북 ‘새로운 길’ 선포 초읽기…미 “모든 것에 준비”
“핵·경제 병진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더 강한 표현”
트럼프, 시진핑·아베와 통화 대북공조 공개적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국방력 강화 방안과 군 조직개편 등이 논의됐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과 군대의 핵심 인사들을 모두 모아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자위적 국방력” 발전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며 북한 정세를 논의하는 등 미국도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공표할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르면 이번주에 열릴 것으로 보이고, 한-중, 한-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가 23·24일 중국에서 개최된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한주가 시작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7기 3차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결정하고, 군 조직 개편, 인사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고 2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중대 결정을 하기 앞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열린 것을 두고 며칠 뒤 전원회의에서 공표될 새 전략노선에 군사적 내용이 비중 있게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중요한 전원회의를 앞두고 정치국 회의를 개최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길’과 관련해 군사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중앙군사위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2013년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동시 추진)’ 결정, 2018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결정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확대회의 내용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등 ‘수위 조절’을 한 데 주목하면서, 며칠 뒤 열릴 전원회의 결과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철회하거나 번복하는 내용이 들어갈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모라토리엄 선언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군사위 회의에서 더 강한 핵 무장력을 암시하는 표현이 나왔을 텐데, 그 대신 ‘전반적 무장력’, ‘자위적 국방력’ 등의 표현을 썼다”며 “‘새로운 길’ 자체는 비교적 낮은 수위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8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이 승리했다면서 경제 총력집중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노선의 부활은 북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강경 군사 노선’으로 향하는 내용은 담길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판 국방개혁의 일환일 수도 있다”며 “올해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무기 4종’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올해 5월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시험 발사했는데, 이런 전력의 확대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번 군사위 회의에서는 군 조직 개편과 인사 문제도 다뤘는데, 회의 장면을 분석해볼 때 당 중앙군사위에서 내각과 당 간부의 비중이 줄고 군 간부의 비중이 늘어나 군부의 지위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개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실장은 “총참모국 산하 전략군 위상의 변화나 유지 여부도 관심사”라고 했다. 핵 문제를 담당하는 전략군의 위상 변화는 북한의 핵 정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에 대한 당의 영도”를 재확인하고 군의 “조국 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이 함께 강조됐는데,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대에 대한 당의 지도 강화와 경제건설에 대한 군대의 역할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북한에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모든 것에 준비돼 있다”며 군사적 대응 태세를 함께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북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우리가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제시하고 대미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대해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눴으며, 대북 대응에서 미·중이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억제할 중국의 역할과 이후 대응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통화하며 대북 대응 등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 승리할 준비를 하며 높은 대비 태세를 분명히 유지하는 것”과 “외교관들이 외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엔비시>(NBC)와 <시엔엔>(CNN) 방송은 미국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관련된 공장을 확장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루이스 소장은 미국 민간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공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발사 거치대를 세우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임시 시설물이 새로 관측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계속 보내며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징후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22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을 보면 미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는 이번 주말 동안 한반도 상공 3만1천피트(9448.8m)를 비행했다.

노지원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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