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5 18:23
수정 : 2019.12.2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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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세계 각국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들고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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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안보리에 제재 완화 요구하고
문 대통령도 “국제 노력 필요” 호응
비건 “단계적 접근” 지형 변화
전문가 “연말 군사 행동 가능성 낮아”
북 25일 “우주는 개발 영역” 강조
‘위성 발사’ 가능성 관련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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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세계 각국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들고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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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 세밑 동북아를 긴장케 한 북한발 ‘크리스마스 선물’ 논란의 발화점이 된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의 지난 3일 담화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지구 혁명 전적지들”을 둘러봤고, 국방과학원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3·13일 두 차례 했다. 긴장은 가파르게 높아졌고,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관측이 난무했다.
미국 시간으로는 크리스마스가 아직 다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 시각 25일 늦게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나눈 문답에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쏘면 어찌 하겠냐는 질문에 “미사일 시험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시엔엔>(CNN)은 “낙관적이고 농담하는 듯한 접근법”이라 평했다.
사실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을 수 있음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14일 밤 담화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것”이라 엄포를 놨다. 뒤집으면 ‘언행’만 조심하면 연말까지 별일 없으리라는 얘기도 된다.
‘조용한 크리스마스’에는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외교 노력과 북쪽의 정무적 고려가 두루 작용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①중·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 초안 회람(16일) ②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중·일 순방(15~20일) ③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쇄 양자 회담(23~24일) 등이 대표적이다.
중·러의 제재 일부 해제 요구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 계기에 한국 정부가 “다양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재 완화’의 필요성에 호응한 대목이 중요하다. 앞으로 대북 제재를 둘러싼 유엔의 논의 지형에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북한엔 ‘기회의 창’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결의안 초안은 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동력을 유지하고, 상황이 악화되거나 통제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16일 서울 기자회견에서 “타당성 있는 단계”로 나눠 “유연한 조처”를 담은 “균형 잡힌 합의”를 추구하겠다며, 북한의 ‘단계적 접근’ 요구에 한 발짝 다가섰다. 북한은 ‘박정천 담화’ 이후 열흘 넘게 추가 담화를 내지 않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룬 경험이 풍부한 원로들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궁금증을 현저히 떨어뜨릴 전략적 군사행동을 연말에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내년 1월1일 북한 신년사 발표 전까지는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위성 발사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25일 중국·인도·이집트의 최근 위성 발사 소식을 전하며 “우주는 많은 나라들의 개발 영역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북-미 협상이 계속 활로를 찾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위성 발사’로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은 터라 눈길을 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nomad@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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