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6 19:02
수정 : 2006.01.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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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제교육 관련 미 대학총장 회의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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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강경 메시지” - “6자 재개 촉구” 시각 양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달러 위폐 제조를 그냥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북한)의 불법행동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하고,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도 다른 참여국들과 마찬가지로 주요한 방향에서 북한과 관계를 맺어나갈(engage them in a major way)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위폐 문제에 대해선 부시 대통령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9·19 베이징 공동성명의 합의이행을 강조하는 점에서 또 다른 협상의 기회를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을 고립시키는 게 그들을 더 위험스럽게 만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물론 북한은 위험스런 정권이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오판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반도엔)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라이스 장관 발언은 미 행정부의 기본시각을 확인한 것으로, 새삼스런 내용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것이 북한내 강경파를 자극해 강경 대 강경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6일 “(라이스 장관이 작심하고 나와서) 강경 입장을 밝혔다고 볼 대목은 없다”고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위폐 문제와 북핵 6자회담은 분리돼야 하며, 6자회담의 모멘텀이 상실되지 않도록 북한쪽이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다른 각도의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라이스 장관은 이날 발언에서 “우리는 북한 체제의 본질과 북한 주민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북한체제가 더 폭넓은 개방과 비핵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여러분들은 전혀 다른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이란에 대해서는 안보리 회부를 경고했으며, 이란과 북한을 대비해 “특히 북한은 세계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맺을 기회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의 지난 4일 강연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브시바오 대사는 당시 강연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미국은 새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도 그러하기를 기대한다”고,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이제훈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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