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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19:14 수정 : 2006.01.10 19:1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0일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사진은 2002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전용열차 안에서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경제-위폐’ 북 내우외환 돌파구 찾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중국 방문은 언뜻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방북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70여일밖에 되지 않은 데다, 6자회담 재개 문제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설 사안이 되는가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북-중 긴밀협조로 불리한 국면 타계 모색
6자회담 관련 ‘초강수 카드’ 내놓나 주목

우선,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은 지금 북한이 처한 안팎의 상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안으로는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처를 취했음에도 좀더 적극적인 후속조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2차 북핵위기가 이를 막고 있다. 지난해 6자회담이 재개돼 9·19 베이징 공동성명이 나왔으나 곧바로 위조지폐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의 금융제재 공세 앞에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런 점에서 북-중간의 경제적·정치적인 협력을 과시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베이징 방문 길에 나선 것은 큰 틀에서 볼 때 수세적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 할 만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현재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많지 않다”며 “이번 방중은 북한이 ‘북-중 관계 강화’ 속에서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생존을 모색한다는 전략의 실천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중국의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에 대해 ‘북한 껴안기’를 하는 것일 수 있다”며 “3∼4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으로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고 비핵화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용한 전용열차의 모습. 연합뉴스
이런 해석과 달리, 북한 문제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에 나선 것이 ‘초강수의 카드’를 내놓으려는 조짐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자회담이 난관에 부닥친 것과 이번 방중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미국이 6자회담을 진전시킬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방문을 북한의 변화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쪽이다.

5년 전인 2001년 1월 김 위원장이 비공식 중국 방문 길에 나섰을 때도,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개혁’과 ‘경제’를 화두로 내세웠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환’, ‘비약’, ‘개화기’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도약과 변화를 상징하는 정치적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그런 점을 들어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친 뒤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개혁 조처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 연장선 상에서 보면, 이번 방중은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에서 두 나라가 합의한, ‘포괄적인 상호협력을 통한 상호이익 추구’ 방침을 구체화하고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당시 북-중이 조인한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에는 중국이 앞으로 5년 동안 북한에 20억달러 규모의 장기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을 방문한 로두철 내각 부총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해상 원유의 공동 개발에 합의한 것은 이런 북-중 협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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