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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2 20:59 수정 : 2007.01.02 21:50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유엔의 재구성 2부: 유엔의 과제 ① 평화를 위한 싸움


1일 공식 임기에 들어간 반기문 8대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전세계 유엔 직원들과의 상견례로 일을 시작했다. 그에게 이제 세계의 문제는 곧 자신의 일이다.

유엔은 1945년 창설됐다. 이제 환갑을 넘어섰다. 나이가 들자 유엔 자체의 문제가 불거졌다. 그럼에도 갈수록 더 많은 문제를 떠안아야 할 운명이기도 하다. 앞으로 최소한 5년간 반기문 총장의 유엔이 떠맡아야 할 문제와 유엔의 문제를 유엔본부 등 현지취재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냉전 종식과 함께 덩치 커져
18개 분쟁지역 10만 대군 투입
구호·정치활동까지 영역 넓혀

수단 등 내전국 개입 힘들고
안보리 분열에 병력·자원 부족
회원국들 참여·지지 이끌어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사상 최대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레바논, 콩고, 아이티, 코소보, 카슈미르 … 전세계 18개 분쟁지역에는 파란 헬멧을 쓴 약 10만의 군대와 경찰, 전문가들이 유엔 깃발 아래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유엔 사무국 예산은 20억달러다. 평화유지 예산은 약 50억달러다. 파병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수단 다르푸르에 파병이 이뤄진다면 올해에는 병력 14만, 예산은 70억달러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파병국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를 비롯해 110개국이 병력을 보내 놓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역사상 최대 규모 평화유지군의 최고 통수권자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담당 장마리 게에노 사무차장은 “반 사무총장은 세계가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는 어려운 시대에 유엔을 이끌게 됐다”며 “회원국들의 분열과 반대가 평화유지활동을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회원국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냉전이 끝나면서 유엔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둘러싼 중동 분쟁을 감시하는 임시 군사감시단으로 시작된 평화유지군은 유엔 안보리가 동서 양진영으로 분열돼 대립하던 냉전시대에는 정전과 철군 감시 등 제한된 기능만 맡았다.

1990년대 냉전이 사라지자 평화유지활동에 봇물이 터졌다.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과 내전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대량학살과 인종청소 등 비극을 막아내기 위해서 유엔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활동분야도 군사 부문을 넘어 인도주의 구호활동, 경제개발, 정치·사법 영역까지 확대됐다. 사실상 유엔의 모든 활동은 평화유지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캄보디아, 모잠비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콩고, 엘살바도르, 동티모르 등은 유엔이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과를 거둔 나라들이다. 동티모르에선 독립정부 수립을 지원했고, 모잠비크에선 9만명을 무장해제시켰으며, 라이베리아에선 내전과 군사독재 이후 자유선거를 치를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르완다와 소말리아, 코소보에선 대량학살을 막지 못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실패한 해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 전문가인 한국계 새뮤얼 킴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엔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이렇게 진단했다.

“유엔 헌장이 만들어질 당시 국제법상 침략이란 주권국가가 국경선을 넘어 다른 주권국가를 공격하는 좁은 개념이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서 무력갈등의 95%가 국제법의 전통적 침략 규정과 달리 국가 내부 소수민족들의 독립·분리 움직임에서 촉발됐다. 유엔 헌장은 이런 분쟁에 개입하기 쉽지 않고, 자체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파병을 꺼리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엔이 평화유지군의 활동 조건을 구체화하면서 활동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그런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헤디 안나비 유엔 사무차장보는 현실적으로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1990년대의 실패를 통해 유엔이 지원할 일정 정도의 평화와 정치과정이 있고, 분쟁 당사자들이 협력할 의지가 있어야 하며, 안보리가 단결해 지원하는 상황에서만 파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는 유엔 평화유지군을 필요로 하고 있다. 친정부 민병대가 대량학살을 벌인 수단 다르푸르 지역은 제1순위다. 그러나 수단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여전히 폭력조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콩고에선 평화유지군 병사들이 현지 소녀들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유엔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군이 파병될 레바논 상황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시아파 정치세력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유엔의 지원 대상인 레바논 정부 자체가 붕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게에노 유엔 사무차장은 “한국의 파병 결정은 국제사회와 유엔에 대한 강력한 연대의 표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레바논의 정치적 긴장이 유엔레바논임시군(UNIFIL)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레바논, 이란, 이라크, 팔레스타인, 수단(다르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모두 세계 질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변수들이다. 세계 유일 초강국 미국은 이라크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있다. 그럴수록 유엔이 이런 과제들을 맡아달라는 목소리는 높아져만 갈 것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것은 유엔의 개혁과 함께 세계의 변화에서 더 많은 유엔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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