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
한-일협정 재협상 전망, 법리적으로는 가능 |
한-일협정 재협상이 가능할까?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 이후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재협상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국제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일협정도 어느 일방이 파기하거나 양자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협상의 근거 규정은 지난 1969년 국제연합(UN)이 제정한 ‘조약법에 관한 빈조약’ 제67조의 “조약 체결 당시에 존재했던 사정과 관련해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 즉 ‘사정 변경’이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법)는 19일 “일본이 조약 체결 당시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합법 정부로 인정했음에도 92년부터 북-일수교를 추진했으며, 군 위안부 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는 점에서 빈조약에 따른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20년 터키는 1차 세계대전 뒤 연합국과 체결한 세브르조약에 따라 보호국으로 전락하자, 조약이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를 들어 1923년 새롭게 연합국과 로잔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재협상을 주장하기에는 한-일 두 나라의 정치·외교적 사정이 복잡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혁규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연구관은 “한-일협정 재협상은 중국 난징대학살 문제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일본군 문제 등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재협상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재협상 문제가 거론되면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 고문 변호사인 장유식 변호사는 “정치적 구호를 넘어서 실질적인 재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한-일협정에 대한 문서가 추가로 공개돼야 한다”며 “협정 자체를 무효화하자고 요구하기보다 개인청구권 소멸 등 특정 부분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고 이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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