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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9 15:53 수정 : 2005.07.29 17:02

외교, 백 외무상 목 막히자 손수 물 따라 주기도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있는데, 이거 이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녹음도 되는 게 아닙네까” (백남순 북한 외무상)

“(웃으면서)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만 나옵니다” (반기문 외교통 상부 장관).

28일 저녁 제1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개막 전야제격인 갈라 디너 행 사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엔의 국제무역전시회의장(ITECC)에서 선보인 반기문(. 61)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76) 북한 외무상의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남북의 두 장관은 공식만찬을 앞두고 귀빈 대기실에서 5분여 환담하면서 농담속 에 함께 사진도 찍는 등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다정한 모습들을 선보여 회의 참석 자들과 내외신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6.17 평양 면담'을 계기로 확대 발전 추세를 보여온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4차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이나 ARF 회의가 열린 비엔티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남 북접촉에도 전례 없는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이 북.미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보 여진 두 장관의 이 같은 다정다감한 모습은 관측통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런 상황은 이날 앞서 비엔티엔 시내 북측 숙소인 안캉반점에서 열린 남 북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ARF 제11차 회의에 이어 28일 1년만 에 재회동한 두 사람은 사진기자들 앞에서 다정하게 손잡은 채 "오랫동안" 포즈를 취해주며 얘기를 주고 받았다.


두 장관은 45분간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환담한 뒤 "남북관계의 진전에 부합되 게 ARF나 유엔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 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내용의 공동보도문도 냈다.

두 장관은 29일 오전 ITECC에서 열린 ARF 외무장관 리트리트(Retreat.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대화)에서도 옆자리에 앉은 상대와 수시로 대화를 주고 받음으 로써 현지 TV나 외국 방송, 사진기자들의 시선을 독점했다.

이들은 또 ARF 리트리트 세션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이동하기 전 자리에 앉은 채 서로 고개를 가까이 하고 20여분간 '6자회담' 및 '중대제안' 문제 등을 놓고 숙의, 비공식이긴하지만 28일에 이어 두 번째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남북 양측의 회의 배석자들인 김원수 외교정책홍보실 정책기획관과 정성일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도 배석한 '4인 대좌'에서는 반 장관이 주로 말을 했고 백 외무상은 조용히 듣는 모습이었으나 서로 수 차례 웃음을 터뜨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원수 국장은 "두 장관은 격의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백 외무상이 연로해서 말을 하다 목이 막히면 반장관이 물병을 들어 컵에 따라주는 등 인간적인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반 장관이 전날 백 외무상이 15세나 연상으로 고령인 점을 감안해 북측 대표단 숙소로 찾아가는 등 '외교관 선배' 백 외무상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면서 "백 외무상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도 반 장관의 이 같은 진심을 받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난해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1차 ARF회의에서도 두 차례 만 나 남북간 협력에 강조점을 둔 공동언론발표문을 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서로 웃고 농담도 던지는 모습은 아니었다"면서 "이는 북한의 자신감과 개방성의 표현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다른 당국자도 "백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갈라 디너에 참석하는 등 여유가 넘 치는 모습이었다"면서 "북측 대표단의 변화된 모습은 남북관계가 그만큼 좋다는 것 을 보여준 것 같아서 아주 고무적이었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국을 대표하는 두 외교 사령탑의 이 같은 화기애애한 모습은 30개월 남짓 지속돼 온 제2차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동족애로 면면히 이어지며 심 화 발전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웅변해주는 듯 했다.

(비엔티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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