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도쿄 도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친 뒤 신사를 떠나고 있다. 도쿄/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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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강행 대응 차원
정부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주변국들이 반대하는데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연말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취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도 두 나라 외무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한편, 공식 담화를 통해, “고이즈미 총리가 중-일 관계 파괴의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이런저런 표현을 써 왔으나, 앞으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며 “한-일 정상 사이의 셔틀외교 일정에 변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현재로서는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아펙) 회의에서도 한-일 개별 정상회담을 특별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가을대제(17∼20일)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 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2001년 취임 이후 매년 한차례씩 계속돼, 올해로 다섯번째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올해는 신사 본전에 들어가지 않고 일반인들처럼 배전 앞에서 참배했다. 또 △예복이나 전통 복장이 아닌 양복을 입고 △헌화료를 내지 않고 △신도식 의례를 피하고 △명부에 ‘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기록하지 않았다. 이는 종교색을 최대한 완화하고 사적 참배임을 강조함으로써 안팎의 비판을 피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참배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위헌이라는 지난달 30일 오사카 고등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어서, 일본 안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직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한-일 관계 경색의 최대 장애 요인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방문”이라며, 재발 방지를 거듭 촉구했다. 오시마 대사는 “본국 정부에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변인 논평을 내어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고이즈미 총리가 또다시 참배한 것은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일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참배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23일 베이징서 열릴 예정이던 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거부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도 아나미 고레시게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엄중히 항의했다. 이날 베이징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베이징 시민 30여명이 ‘일본 제국주의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두 나라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 “마음의 문제에 다른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외국 정부가 가면 안 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이제훈 기자, 도쿄 베이징/박중언 이상수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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