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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부산/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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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분위기 썰렁…북핵 협력 확인 한때 ‘온기’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8일 정상회담을 열어, 두 나라 사이의 역사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나 평행선만 달렸을 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처음에는 “(아펙) 정상회의 사회의 마지막 맺음말을 잘했다”(고이즈미 총리),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노 대통령)고 서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노 대통령이 먼저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일본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역사교육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한 태도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과거 일본의 침략과 관련해, “일본에 대해 우리가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또 개인에 대한 보상은 별개이지만, 국가 대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자꾸 여러번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통령의 솔직한 말씀에 감사한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전쟁에 대해서 반성을 하면서 두번 다시 이런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해명’에 다시 한번 확고한 자세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일본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본질적 문제이고, 아무리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을 선의로 해석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이 결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며, 아까 말한 세 가지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 간의 회동은 애초 예정된 20분을 넘어 30분 가까이 진행됐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 참배에 대해 길게 설명하다가 시간이 지나 회담을 마무리지었다고 정 보좌관은 전했다. 다만 두 정상은 회담 초반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일간 협력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부산/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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