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02 17:10 수정 : 2005.01.02 17:10

온갖 파행으로 얼룩진 17대 국회가 둘째 해를 맞았다. 지난해 연말 국회가 보여준 혼란상이 극에 달하면서 정치의 정상궤도 이탈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국회가 진흙탕 싸움과 같은 정쟁 대신 ‘대화와 타협’ 속에서 정책을 토론하고 법안을 다듬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국회의 운영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몇 차례로 나누어 짚어본다.

2005 새 국회로 1. 의사진행 방해는 그만

“내가 국회 일을 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국회에서 송구영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일 새벽 2시반에 임시국회가 사실상 폐회된 뒤, 열린우리당 한 중진의원이 한숨 끝에 한 말이다. 실제로 12월31일에 이어 1월1일로 차수를 변경해 본회의를 연 것은 195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열심히 일하다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17대 국회의 ‘태업’ 양상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 심한 편이다. 원 구성을 위한 임시국회에서는 6월7일부터 30일까지 23일간 공전했다. 9월 개회된 정기국회에서는 10월28일부터 11월11일까지 15일간 공전했다. 상임위별로 보면, 지난 12월7일까지 예결특위가 13일간, 정무위가 12일간 공전했다. 12월8일부터 임시국회 때인 22일까지 14일간 한나라당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농성이 계속될 때는 사실상 전체 국회 운영이 마비됐다. 대충 따져봐도 전체 회기의 3분의 1 가까이 공전한 셈이다.


무엇보다 힘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일이 어김없이, 그리고 이전보다 더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 연말의 법사위 점거농성으로 국가보안법 등 개혁 법안은 물론, 호주제 폐지를 뼈대로 한 민법 개정안이나 주요 민생·경제법안의 논의도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힘으로 토론 기회 막아

회기 사흘중 하루꼴 공전

의사진행 자체가 마비되면서 국회의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2월8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17대 국회 개원 뒤 12월7일까지 17대 국회는 전체 의안의 12.1%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특히 법안의 처리 비율은 5.3%에 그쳤다.

국민들을 더욱 절망시키는 것은 이런 파행과 의사진행 방해에 초선들이 앞장섰다는 점이다. 정기국회 초반인 지난 9월 정무위에서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8시간 동안이나 회의 개회를 막아 끝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했던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법원에서 촉망받는 경제학자이거나 판사였던 초선 의원들이었다. 법사위 농성을 주도했던 이도 초선들이었다. 대부분 국회 등원 전까지 기존 정치 행태를 비판하고 정치의 앞날을 걱정했던 이들이다.

정치개혁을 위해선 다시 ‘제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물론 현행 국회법에도 의사진행 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지는 않다. 국회법 제143∼145조에서는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이를 경고 또는 경호권을 발동해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의에서 발언함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 개원 뒤 몇 차례의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 점거 농성이 계속되는 동안 이들 규정은 단 한차례도 적용되지 않았다.

국회 안팎에서는 국회의장의 사회권을 강화하고 의사진행 방해 행위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 국회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국회법을 정확히 지킬 수 있도록 윤리특위를 강화해 의사규칙을 위반해가면서 국회운영을 파행시켰을 때는 강력한 경고나 벌칙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국회법에 의원들이 품위를 지키지 않을 경우의 벌칙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여야 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