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지진.해일 피해지역에서의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대한비난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 5일 모 방송사가 시사프로그램이 태국 푸껫섬과 피피섬의 상황을전하며 현지의 정부 대책본부가 한국인 사망자의 시신이 푸껫 외곽병원에 안치돼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아 유족이 수소문끝에 이를 찾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그 후 며칠새 `분노성' 메일 수천건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다" "한국에 태어난 것이 불행" "세금이 아깝다" "정부가 하는 일 포기한 지 오래지만 정말 한심하다"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고 있다.
더욱이 7일 러시아주재 한국 대사관이 외교활동을 위해 배정된 예산을 한국인접대 또는 대사관 직원 회식비 등에 사용한 것을 골자로 한 감사원 조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외교부 비난'은 기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작년에도 있었다.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에 대한 미숙한 대응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 모 간부의 외신여기자 성접촉 시비가 불거져 나오면서 외교부가 사면초가 상태에 몰렸었던 것. "외교부의 서비스 수준이 아직 국민들의 기대치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일이 재연된다고 생각합니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일단 그 책임을 내부로 돌렸다.
반기문 장관 이하 전 직원들도 외부의 비난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능하면 언론 매체와도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하려 한다.
특히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에서 보여졌듯이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인 상황에서 그 어떤 말도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터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게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게 과거 김선일씨 사건의 교훈이라는 게 외교부내 분위기다.
외교부의 다른 직원은 "서운한 게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걸 얘기하는게 사태 해결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거죠"라며 씁쓸히 웃었다.
박형진 thaibest@hotmail.com 이라고 이름을 밝힌 한 태국 교민은 `푸껫 현지에서 정부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에 대해 "결과를 보고 잘못을 논하기 보다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현지 사정을 먼저 감안해야 이런 때일수록 감정을 자제하고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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