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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5 22:28 수정 : 2013.11.26 16:19

노무현계의 핵심 인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패배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대중적으로 평가받은 신뢰가 쌓여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 자신이 축적한 ‘정치적 신뢰’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쌓은 신뢰에 기댄 측면이 컸다는 것이다.

 김현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출판기념회 전날인 25일 공개한 <김현 25시 파란수첩>이란 제목의 책 앞부분에는 김 의원과 이 전 총리의 대담이 22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이 대담에서 이 전 총리는 ‘야권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었던 지난 대선에서 진 이유’를 김 의원이 묻자,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두 분(김대중, 노무현)과 같은 행적이 없다. 국민들로부터 대중적으로 평가받는 신뢰가 쌓여 있지 않은 거다. 그러니까 단일화는 됐지만, 전폭적인 신뢰나 지지가 안 나오는 거다. 문재인 후보의 정치 커리어(경력)가 짧았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 본인의 신뢰가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을 통한 신뢰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야권 진영의 대선후보가 되려면, 갑자기 이름으로 되는 게 아니고, 정치적인 행보에서 국민적 신뢰가 쌓여야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민주통합당 대표였지만,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이른바 ‘이박담합연대’(이해찬-박지원) 논란이 당내 불거진 뒤 대선 직전인 11월에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대표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대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도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대통령까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느냐’는 김 의원의 물음에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2년도, 그때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로서, 적격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는 격정적이면 안 되고 냉정해야 한다. (노무현 후보가) 논리적으로는 치밀한데 행동에 있어서 균형감각이 좀 부족하다고 봤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2002년 7~8월까지는 (노무현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없었다. (노무현 후보로는 안 된다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생기면서, 더 가능성이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재야 사람들이 참여했다. 재야 출신 의원 모임을 만들어서,‘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안 될지라도 후보를 흔들면 안 된다. 후보를 지켜야 정당 민주주의를 해나갈 수 있다.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선출한 대선 후보를 흔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정당 민주주의를 할 거냐. 우리라도 노무현 후보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2002년 8월 무렵인데, 재야 출신 의원들이 지지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에서 사그라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당선이 된 게 우연은 아니다. 그게 뭐냐면 쭉 살아오는 과정, 정치하는 과정 속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국회 상임위원회 노동위원회에서 초선 의원활동을 같이 했던 기억을 되짚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치열함이 보통이 아니고, 논리도 아주 우수했다. 그리고 현장중심주의였다. 노조에 무슨 일만 생기면 현장에 달려갔다. 치열성이나 논리적인 우수함이나 현장에서의 탁월한 대중성은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유출과 활용,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 수준이 아니라 거의 소멸시키는 쪽으로 가려는 (여권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논란을 보면 (대선에서) 48%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재기 불가능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문재인 후보가 정상회담록을 공개하자고 한 것은 당연히 있으니까 공개하자고 한 것인데, 새누리당이 문 후보가 중심이 돼 없애버린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민주진영이 재집권을 하지 못 하게 하려는 큰 포석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대담에서 기록물전문가들의 우려에도, 국회 의결을 통한 대화록 공개를 주장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킨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판단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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