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6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 집권 3년차 국정을 이끌어 갈 내각 진용을 구축했다.
당초 3-4개 부처 개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훨씬 늘어난 6개 부처로 늘어났다.
이른바 소폭의 `땜질 개각'에서 중폭의 `보수 개각'으로 성격이 다소 변화된 셈이다.
◇ 총론적 기조 = 무엇보다 이번 `1.4 개각'은 로드맵 작성 등 레일깔기에 주력했던 지난 2년과는 달리 집권 3년차를 맞아 새로운 각오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개각 의미에 대해 "지난해와 재작년, 연 2년에 걸쳐 풍파가 많았다"면서 "을유년 `닭의 해'는 새 마음으로 출발하자는 것이 총체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개각은 4대입법 일괄처리 불발 후유증으로 열린우리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데다 수능시험 부정과 쌀시장 개방 파동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해져 있는 점을 감안, 분위기를 쇄신하고 민심을 수습하려는 인사의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허상만 농림장관 교체가 바로 그것이다.
업무수행에 있어서 결정적인 `에러'는 없었지만 비등한 국민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끄러운 부처는 희생양을 준비해 두기도 하고, 국민들 정서를 좀 달래기도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국면전환용 인사는 결코 아니지만 분위기 전환의 의미가일부 있지 않겠느냐"고 시인했다.
이번 인사는 또 이해찬 총리를 정점으로 한 책임장관들의 팀제 내각 운영이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판단아래 전문성과 종합적 리더십을 중시한 장관 인선으로 `실세형 총리-정무형 책임장관-전문가형 장관'이라는 삼각편대를 구축, 국정운영의 안정을 기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통령 정부혁신특보를 맡고 있는 오영교 KOTRA 사장을 발탁한 것은 이른바 `선진 한국' 도약을 위해 불가피한 포석이었고, 정부혁신 기조를 흔들림없이 유지해 나가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게다가 산업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오 사장의 행자장관 기용은 부처간 고위공직자 교류 및 공직개방 등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공직사회의 대변화와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함께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법제처장에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가 임명된 것은 최초의 여성 법제처장의 탄생이라는 의미가 있다.
◇ “장관은 2년이 알맞은 임기” =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 인사방침은 2년 정도가 알맞은 장관 임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2년쯤 일하면 아이디어도 다 써먹을 만큼 써먹고 열정도 조금식고, 경우에 따라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고 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지은희 여성, 허성관 행자, 장승우 해수부장관, 성광원 법제처장의 개편은 참여정부 출범부터 시작한 이른바 `올드 장관' 교체케이스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특히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앞서 김대중 정부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경력으로 `퇴장'했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 장관에 대해 "장관을 두번했으니 이제 자리를 내놓으죠"라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평소 "분위기 쇄신이나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은 없다"고 말해왔으나 이번 인사가 그같은 원칙에서 다소 벗어난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없지 않다.
분명한 사유없이 장관들을 바꾸고 나아가 당권 경쟁에 돌입한 어수선한 여당 등복잡한 정국상황을 감안해 개각 시기를 다소 앞당긴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실제 노 대통령이 안병영 교육부총리 교체의 사유로 `국민정서 반영'을,허상만 농림장관 교체 사유로 `농심 달래기'를 각각 거론했다는 점에서 그같은 비판적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 면이 없지 않다.
특히 이들 장관직의 경우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정책안정성을 고려해 길게는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자리로 `공언'해 왔기 때문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국민정서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문제가된다면 인사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며 이해를 구했다.
◇ 정부부처 평가 반영됐나 = 지난해말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기관별 정부평가는적절한 선에서 제한적으로만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앞서 장관 인사 기준으로 단순한 부처평가가 아니라 종합적리더십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데서 이미 예고됐던 대목이다.
그러나 주요 정책, 혁신관리, 국민만족도, 부처간 협력 및 법제업무 등 각 평가항목에서 `우수'로 분류된 부처장관들은 해수부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유지했고, 국민만족도 등 일부 항목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교육부와 행자부, 법제처 등은 공교롭게도 교체가 이뤄져 나름대로 이번 `성적표'가 적잖게 반영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충청민심' 배려했나 = 충청권 국무위원이 종래 충남 1명, 충북 1명 등 모두2명에서 충남 3명, 충북 1명 등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이해찬 총리가 유일했던 충남지역 출신 각료는 2명이 순증했다.
부총리급인 이기준 신임 교육부 장관이 충남 아산, 오영교 신임 행자장관이 충남 보령 출신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추진 무산에 따른 침체된 충청 민심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적재적소, 균형 등 참여정부의 일관된 인사원칙에따른 결과일뿐"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한편 국무위원 20명의 출신지역별 분포는 충남과 경북이 각 3명으로 가장 많고부산과 경남, 전북, 광주가 2명씩으로 뒤를 이었으며 서울 경기 대구 전남 충북 중국(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각 1명이었다.
◇ `초기각료' 진대제 정보통신장관 유일 = 고 건(高 建) 총리를 비롯해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조각 멤버로 일해 온 국무위원 20명 중 진대제 정통장관을제외한 19명이 모두 교체됐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진대제 장관의 `롱 런'에 대해 "지치지도 안나봐요"라고 촌평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신진 테크노크라트의 상징처럼 돼있는 진 장관이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김영삼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했던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처럼 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장관 임기 2년' 원칙으로 미뤄 향후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기술관료에 바통을 넘기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상존한다.
◇ `정치권 인사' 배려있었나 = 이번에 새로 수혈된 6명의 각료중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관련있는 인사는 박홍수 농림장관, 오거돈 해양수산장관, 장하진여성장관 등 3명이다.
박 신임 장관은 비례대표 현역의원이고 오거돈 장관은 지난해 6월 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했다 낙마한 부산시당 최고상임고문이며, 장하진 장관은 당 연구소인 열린우리정책연구원 이사로 재직해왔다.
특히 오거돈 장관의 경우 진작부터 `배려 케이스'로 해수부 차관 등에 꾸준하게거명돼 왔다는 게 해수부 주변의 전언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적재적소 원칙 등을 고려한 인사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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