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6 22:26
수정 : 2017.11.0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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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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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외교안보수석실서 외부유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노무현이 NLL 포기” 공세 자료로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흠집을 내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해 이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이 2012년 대선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외부로 유출돼 “노무현 대통령이 엔엘엘(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로 이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6일 국정원 산하 적폐청산티에프(TF)의 진상조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어, 원세훈 전 원장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6·15, 10·4 선언 문제점 전파 등 전 정부 대북정책 비판 목적”으로 2009년 5월4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라는 제목의 10쪽짜리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1월 국정원은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책자 형태로 생산하고 1급 비밀로 지정했으나,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2009년 3월 이 회의록을 2급 비밀로 낮추고 2개월 뒤 원세훈 원장이 이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 문건에 대해 “대통령 보고용은 국가안보망을 통해, 대통령실장(정정길)·외교안보수석(김성환) 보고용은 복사방해용지에 출력해 인편으로 배포됐다”며 “당시 외교안보수석실 소속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에게도 사본 1부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을 닷새 앞둔 2012년 12월14일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했다”며 줄줄이 읽은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 또한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의 (10쪽짜리) 보고서를 열람·인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이 작성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문건을 정치권과 언론에 유출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또 2013년 6월 ‘엔엘엘 포기 논란’이 정치권에서 재현되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자의적으로 공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직원법의 비밀 엄수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개혁위는 그러나 김무성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부산 유세에서 공개한 시점인 ‘2012년 12월’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대화록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도, 보고서가 정치권으로 흘러가게 된 구체적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개혁위는 또 남재준 전 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교감 뒤 회의록 전문 공개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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