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면서 주인공의 옷 등을 살 수 있는 미래의 거실 모습을 안내원이 설명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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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리 가본 디지털미래 ‘광화문 유비쿼터스 드림전시관’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손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1층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은 “미래 2010년의 체험관”이다. 현관 문은 손잡이를 잡기만 해도 주인을 알아차리고, “오늘 하루 편안히 보내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넨다. TV는 즐겨보는 드라마를 녹화해놨고,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을 곧바로 주문할 수 있다. “굉장히 똑똑한 냉장고”는 “유효기간이 하루 남은 햄이 있습니다. 요리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전단지를 벽에 갖다 대면, 동영상 안내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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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는 원하는 화가의 그림으로 마음대로 바꿔준다. 거울은 “오늘은 쇼핑이 있으니, 가볍고 편안한 옷을 추천합니다. 사무실 가는 길이 막힙니다.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알려준다. 현관문을 나서면 “자동차 열쇠는 준비하셨습니까?”라고 묻는다.
슈퍼에서는 냉장고에 뭐가 남았는지 바로 검색해 살 품목을 고른다. 계산대만 지나쳐도 수레째 자동계산이 된다. 버스는 목적지로 가는 최단버스가 몇번인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려준다. 자동차는 경찰의 CCTV와 연결돼, 교통상황을 동영상으로 곧바로 전달한다. 커피점에 가면 “1주일전 카페모카를 마신 뒤 처음 오셨네요”라고 맞는다. 배달은 로봇의 몫이다. 전시관 안내원은 “편리한 미래”라고 말했다. 한 관람객 “내가 초딩땐 곧 태양열차를 타고다닐 거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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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도처에 널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는 라틴어 유래 탓일까? 19일 오후 유비쿼터스 전시관을 찾았을 때, 전시관 안내원은 “편리한 미래”, “너무 편리하죠?”라고 되풀이했다. 하지만, ‘편리한 미래 현실’에서 기자와 방문객의 주위에 널린 것은 갖은 ‘상념’이었다. 더러 로봇이 고장나고, 청소 로봇의 배터리가 방전된 탓이 아니다. 1~2초 늦게 목소리를 인식하는 것도 문제는 아니었다. “제가 초등학생 때 곧 태양열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멀었다. 언제 유비쿼터스 환경이 상용화되겠냐?”(김정아·22·충북 청주시)라는 것도 시간의 문제였다. 고민은 전시관의 안내처럼 유비쿼터스 세상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따뜻한 세상”이냐는 것이었다. “편안함보다는 삭막할 것 같아요. 그렇잖아도 정이 메말라가고 삭막하다고 하는데…. 옛날보다 더 그럴 것 같다”(정혜선·36·서울 광진구)거나, “뭔가 빡빡하다는 느낌이다. 비인간적이랄까. 사람의 기능이 없어질 것 같다”(이근상·19·서울 영등포구), “다 집에서 해결이 되니까 옆집이나 동네 사람을 만날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하나씩 배우는 것도 있는데, 다 기계에 의존하니까…”(현영화·31·서울 서대문구)라는 생각이 그렇다. “사람의 왕래가 적어질 것 같다. 가서 만나야 정도 오고 가는데…”(정인귀·59·서울 동작구)라거나,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니까 사람과 멀어질 것 같다. 좀더 기계적인 인간관계가 될 것 같다”(이영범·25·경기도 평택시)는 걱정도 비슷하다. “편안함보다는 삭막할 것 같아요. 정도 메말라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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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알아보는 로봇 ‘유비’. 유비는 현관에서, 소파에서, 식탁에서, 옷장에서, 거울에서, 사무실에서 주인을 맞았지만, 기계적 목소리는 따뜻함과는 멀었다. “모두 뚱뚱해질 것 같다”거나, “인터넷이 끊어지고, 전기가 나가면 어떻게 해요”, “고령화 되는데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뿐이 아니었다. 유비쿼터스는 “평등함”과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번쩍이는 최첨단 장비는 “초기에 중산층 이상만 쓸 수 있을 것 같다”(이영범·25·경기도 평택시)거나, “부자들만 쓰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이근상·19·서울 영등포구)라는 것도 걱정이다. 단체 관람객 가운데서 “열심히 돈 벌어야 되겠네.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으려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지나친 비관은 아닌가? 방문객 신영건(45·서울 종로구)씨는 “상당히 편리하고 앞서가는 느낌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향에 따라 사람들이 적응해 나갈 것이고, 로봇과의 대화도 기계적이지만, 앞으로 좀더 인간적으로 개발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주부들은 “외출하면 문을 잠궜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은데, 참 편할 것 같다”고 했고, “장애인들도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고종우(10)군은 “엄마가 없이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다 알아서 해주니까 좋을 것 같다”며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감탄을 터뜨렸다. “전화번호 기억 못한다 걱정하지만, 필요없던 것을 외워왔다” 그저, 낯섦에 대한 거부는 아닌가? “자기가 생각하고, 문 잠그는 게 더 편리하다. 오작동 될까 봐 불안하다.”(황익동·19·경기도 수원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봉화를 거쳐, 공중전화, 휴대폰, 화상전화에 빠르게 적응해왔다. “평등하고 따뜻한 세상”에 대한 우려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같았지만, 그들 모두 휴대전화에 익숙해졌다. 한 20대는 “사실 지금도 충분히 편리하다”고 했지만, DMB 전화는 젊은층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오시연 전시관장의 말처럼, “지금의 버스기사와 자동응답기는 얼마나 친절한가? ‘삭막해질 것이다’는 것은 지나친 ‘오버’다”는 지적도 맞지 않은가? “미국에 가는데 10시간 넘게 걸리는데, 1시간 만에 간다면 얼마나 좋겠나? KTX는 얼마나 빨라졌고 편리한가?”, “우리는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걱정하지만, 외울 필요가 없던 것을 우리는 외웠던 것”은 아닌가? “혼자인 사람이 집에서 기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보고 싶은 가족을 화상대화로 만나면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기업과 정부가 서민층도 교육 및 공공시설에서 유비쿼터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또 얼마든지 개인이 자신의 집안 등에서는 이런 환경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행복일까, 황량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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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낯섦에 대한 거부를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시연 전시관장의 말처럼, “알약 하나 먹으면 배가 불러진다고 해도, 인간이 먹는 즐거움을 버리지는 않듯, 인간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좀더 편리해질 뿐이다.”, “모두 과거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얘기할 뿐, 실제로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면 나귀타고 부산에 가자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개개인 행복의 가치는 여전히 서로 다르고, 편리함이 최대 가치처럼 비춰질 뿐 꼭 편리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는 말도 그럴듯하지 않은가? 오시연 전시관장의 말처럼 “유비쿼터스는 ‘엘도라도’나 사막의 ‘오아시스’는 아니다. 산업혁명에 이은 또 하나의 혁명일뿐,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좀더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인간이 사는 모습일 뿐이다.” 유비쿼터스가 내세우는 디지털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디지털기술의 발전이 ‘암울하고 삭막한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전달했다. 하지만 오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비쿼터스는 대세다. 하지만, Ubiquitous에서 ‘U’를 ‘YOU’로 해석하기도 한다. 당신이 선택하고, 당신이 이끌어 갈 수 있다. 역시 인간에게 달렸다.”
[사진설명] 1~2층으로 이뤄진 유비쿼터스 전시관. 김순배 기자 유비쿼터스 전시관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정보통신부 건물 1층에 있다. 매주 화요일~금요일은 오전 10시~오후 7시,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오전 11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월요일은 쉰다. 무료지만, 미리 예약 www.ubiquitousdream.or.kr, 02-734-6262)을 해야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10명 안팎이 함께 그룹투어 형식으로 안내를 받아야 한다. 예약 5분 전까지 도착해야 한다. 약 300평의 전시관은 유비쿼터스 가정·사무실·거리를 꾸며놓았고, DMB와 입는 컴퓨터, 3차원 게임 등도 체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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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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