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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2 20:11 수정 : 2005.04.22 20:11

"내 안에 들어 오는 건 뭐든 녹아버리지!" 위(胃)로 말하자면 무소불위의 최강자. 하루에 1.5~2.5ℓ의 강산성 위액을 분비하니 음식물은 물론, 위까지 어떻게 잘 살아온 세균도 맥을 못 춘다. 위의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장은 100조 마리의 세균을 이용해 영양분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위는 세균의 힘 따위엔 손을 벌리지 않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1900년대 초부터 위에도 세균이 살지 않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 됐지만, 위의 명성을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위는 강한 산성액에 둘러 싸인, 어떤 세균도 살 수 없는 청정지대 그 자체로 여겨졌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1979년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렌에 의해 발견되었고, 82년 호주의 미생물학자 배리 마셜이 배양에 성공하면서 관련 연구가 급진전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60~70%가 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게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도대체 이 이름도 이상한 균이 무엇이길래 위액의 공격에도 살아 남는 것일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의 아래쪽 유문(파이로리) 근처에 사는 나선형(헬리코) 균(박터)이다. 헬리코박터는 특이하게도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위에서만 발견된다. 신체 외부로 나오면 곧 죽어버린다. 위가 강력한 산성의 위액을 분비하지만, 우리는 위액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등의 현상이 아니면 몸 속에 염산이 들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 위벽은 끈끈한 점액 단백질인 뮤신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위액은 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다. 웬만한 생물체는 이 뮤신층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헬리코박터균을 제외하면. 헬리코박터균은 길이 2∼7㎛(1㎛는 100만분의 1m)에 몸에 여러 개의 편모가 달려 있다. 이 편모를 이용해 점액층을 뚫고 들어가 위 점막 표면에 산다. 헬리코박터균은 요소분해효소 생산능력이 다른 균에 비해 100배 이상 높은데, 이 능력을 활용해 주위 요소를 알칼리성 암모니아로 만들어 염산으로부터 자기 주변을 지키는 보호대를 만들어 생존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염, 위궤양, 위림프종 등 각종 소화기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균을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결핍성 빈혈이나 어린이 성장장애를 초래한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균에 감염됐다고 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60~70%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감염자 10명 중 6명 정도가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염 증세를 겪고, 1~2명에게 소화기 궤양이 생기는 정도다. 위암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도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왜 균을 가진 모든 사람이 아니라 일부에게서만 질환이 생기는 걸까? 과학자들은 사람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주에 다르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은 균의 표면에 있는 ‘펩티도글리간’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의 균주는 주사 바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위 세포에 펩티도글리간을 침투시킨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인체에 해롭기만 한 걸까? 미국 스탠포드대학 캐서린 드 마텔 박사팀은 헬리코박터에도 순기능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헬리코박터가 오랜 기간 인체에 잠복하면 위궤양 등 소화기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식도암 및 위식도 역류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진다는 내용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감염되는 것일까? 유산균 음료 TV를 보면, 수저로 음식물을 나눠먹는 문화에선 안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헬리코박터의 감염경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감염자가 토한 음식이나 대변에 오염된 물, 침 등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은 위액이 역류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이 침과 치아에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 술잔 돌리기, 음식물 씹어 먹이기, 여러 명이 한 그릇에 있는 음식을 떠 먹거나 키스 등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그 밖에 지저분한 손이나 정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변에 오염된 지하수나 개울물 등을 먹었을 때도 감염될 우려가 있다.

현재 헬리코박터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은 내시경 검사와 피를 뽑아 세균 항체 유무를 검사하는 호기 배출 검사가 일반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변과 침 검사만으로도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균이고, 균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평소 소화기 건강을 위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위장 장애를 악화시키는 담배, 술, 커피와 짠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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