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08 17:37
수정 : 2005.07.08 17:37
진주는 눈물의 상징이라 혼수용 예물로는 쓰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진주를 품었던 조개가 들으면 숨 넘어갈 얘기다.
가장 튼튼하고 건강한 조개만이 만들 수 있는 진주.
세상 모든 보석 중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보석인 진주만큼 결혼에 어울리는 보석이 있단 말인가. 다이아몬드, 루비 등 광물성 보석을 다듬는 기술이 없던 과거에 진주는 최고의 천연 보석으로 사랑 받았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진주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진주는 조개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분비물이다. 분비물이라니. 은은하고 우아한 광채로 ‘대양의 여왕(Queen Of The Oceans)’이라 불리우는 진주가 보잘 것 없는 조개의 분비물이란 말인가? 분비물이라고 하면 좀 역겹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 진주는 오랜 시간 고통을 참아내며 만들어낸 고귀한 산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 진주는 조개 속에 이물질이 들어가 생기게 된다. 조개 껍질 바로 밑에는 외투막이 둘러쳐져 있는데 조개 속으로 모래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올 경우, 조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외투막에서 배출한 껍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이물질을 감싼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막은 점점 두껍고 단단해져서 마침내 진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진주는 조개 몸 속에 들어온 이물질과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작용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주에 얽힌 역사적인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본다.
로마시대의 클레오파트라와 연관된 이야기다. 당시 로마의 실력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적을 도와 주었다는 일로 항의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이 때 진주를 활용하게 된다. 단순한 진주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유일한 진주 귀걸이를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녀는 성대한 연회 중에 시종에게 식초를 담은 술잔을 가져오게 하고 진주 귀걸이 한쪽을 술잔에 담근다. 안토니우스는 흥미롭게 이를 지켜보게 되고 술잔에 들어간 진주는 서서히 녹아버리고 만다. 클레오파트라는 진주가 녹은 이 식초를 마셔버리고 귀걸이 한쪽을 다시 술잔에 담그려 하자 안토니우스는 그 진주의 귀함과 클레오파트라의 대범함에 결국 자신의 항의를 철회하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말로 진주가 식초에 녹을 수 있을까? 다음의 화학식이 그 답을 줄 것이다.
[석회석(CaCO3) + 아세트산(2CH3COOH) = 아세트산칼슘((CH3COO)2Ca) + 물(H2O) + 이산화탄소(CO2)]
즉, 진주의 주성분인 석회석이 식초의 아세트산에 의해서 녹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잠깐 식초에 담갔다고 바로 녹지는 않는다고 한다. 결국 클레오파트라의 영리한 눈속임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주가 녹다 만 식초를 그냥 삼켰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게다가 진주가 완전히 녹았다 하더라도 이는 원래 식초보다 조금 더 약한 산성을 띈 물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충분히 마실만한 상태이므로 그다지 놀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예로부터 진주는 정력을 강하게 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회춘의 묘약’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진주를 가루 내어 팩과 함께 섞어 사용하면 화장을 잘 먹게 하고 희고 고운 피부로 만드는데 효과가 있는데, 이는 진주 속에 미네랄이나 생리활성 물질들이 피부를 약산성으로 유지시켜 피부 노화를 막고 보습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귀한 보석으로, 때로는 강장식품이나 화장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던 진주는 옛날에 비해 많이 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신비로움은 잃지 않고 있다.
근대에 이를 때까지 진주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왕실이나 귀족층에서만 가질 수 있는 보석중의 보석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일본에서 최초로 진주양식에 성공하고 1916년 일본에서 대량 생산 기술이 발견된 이후, 진주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진주의 대량 양식이 시작된 이래 진주를 흔한 보석으로 생각하지만, 진주는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개 3만개 당 오직 20개의 조개만이 진주를 품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은 불과 1/3도 채 되지 않는다. 계획되지 않는 생명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진주의 광채는 아직 인간에게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는 비밀이 남아 있다는 점이 오히려 보석으로서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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