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향기
농작물 생육의 가장 큰 적은 ''병''이다. 우리 식단의 필수품인 쌀, 고추와 사과, 포도 등 과일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식물병 때문에 곡물의 수확량이 매년 15% 나 감소한다고 한다. 식물의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독소를 분비하기도 하는데, 만약 이 독소들이 농작물 안에 남아 있으면 사람의 몸에 해를 미치기도 한다.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1960-1970년대는 우리나라는 화학 농약과 비료에 힘입어 증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균들의 저항이 생기면서 농약의 효과가 떨어져 갔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화학농약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농약 투입량으로 따진다면 시간당 12kg로 일본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물론 최근 나오는 화학농약들도 독성을 최소화 하고, 인체에 해를 적게 주도록 만드는 것들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거나 햇빛을 받으면 스스로 독성이 분해되는 특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최근에는 환경 친화적인 농작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예 화학합성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위적인 화합물 대신 천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생물농약(Biopesticides)도 그 중의 하나다. 원래 생물농약이란 동물, 식물, 미생물, 광물 등에서 유래한 농약을 일컫는다. 즉 사람이 합성하지 않은 물질에서 식물의 병을 치료하거나, 농작물을 헤치는 해충들을 몰아내는 물질을 뽑아낸 것이다. 생물농약은 아직까지 화합물 농약에 비해 사용량이 미미하고, 방제 분야도 크게 제한되어 있지만 미래로 갈수록 화합물 농약을 대체할 대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물농약은 합성농약에 비해 독성이 덜한데다, 대단히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살포된 농약은 환경 중에서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화합물 농약이 유발하는 환경오염문제를 피할 수 있다. 곤충, 조류, 그리고 포유동물에게까지 독성이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 농약과는 달리 생물농약은 특정 생물 또는 몇몇 생물에만 영향을 준다는 점 또한 생물농약이 각광받는 이유다. 이들 생물농약의 대표주자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그리고 조류 등의 추출물을 이용하는 미생물 농약이다. 예를 들어 바실로스균(Bacillus thuringiensis) 추출물은 배추, 감자를 해충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한다. 바실로스균가 생산하는 단백질 독소는 특정 곤충의 소화기관에만 해를 끼치게 되는데, 이러한 약물질을 살포하면 해당 곤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병균에 저항성을 갖거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식물생장조절물질과 같이 식물의 생장과 씨받이를 방해하는 물질이나 페로몬(pheromones)과 같이 곤충을 유인하거나 기피하게 하는 물질 역시, 생물농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용환교수가 사람이 먹는 비타민 B1이 농약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교수는 벼도열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억제하는 연구를 하던 중 비타민B1이 식물의 자기방어시스템 관련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식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곰팡이•바이러스 등을 막아내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타민 B1은 활용 범위도 비교적 넓어서 벼 및 채소작물을 포함한 단자엽, 쌍자엽 식물 모두에서 곰팡이, 세균 및 바이러스 병원체의 감염을 현저히 억제 시킨다. 그렇다면 과연 비타민이 농약으로 뿌려질 날이 올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단 약효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고, 가격이 관건이다. 비타민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람이 섭취하는 순도 99% 값비싼 비타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실제는 이교수는 순도가 90% 정도인 비타민을 식물에 투여해도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는 합성 농약 재료와 원가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두산 바이오텍 등 일부 기업들은 이미 이 교수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비타민 농약''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에 뛰어든 것이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작물에 비타민만 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화합물 농약과 비타민을 혼합한 형태의 농약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류의 비타민 농약엔 기존 화학합성 농약이 들어 있어 여전히 사람에게는 해롭지만, 환경이나 인체에 해로운 화학합성 농약의 사용량을 크게 줄여 농약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완벽한 면역체계를 갖춘 ''자가 방제 식물''이 해결책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 교수 역시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식물의 비타민B1 합성과정을 밝혀내 식물이 자체적으로 ‘비타민 농약’을 왕성하게 분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리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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