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증식하기 위해 해당 숙주 세포의 사멸을 막는 작용의 메커니즘을 규명해낸 미국 MIT대 권진아 박사 (서울=연합뉴스)
|
MIT대 권진아 박사,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죽음 막는 작용 규명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바이러스 퇴치 연구 실마리 될 듯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가 젊은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규명됐다.
MIT대학의 권진아(30.여) 박사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일종인 백시니아(vaccinia) 바이러스의 `E3L'이란 단백질이 정상 세포에 침입할 경우 Z-DNA라는 특정 DNA 형태와 결합해 해당 숙주 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불어나기 위해 숙주 세포를 살려두는 메커니즘이 밝혀져 향후 이런 작용을 막아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연구에 큰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권박사 연구팀은 사람의 자궁상피세포에 세포를 죽게 하는 항생 물질인 하이그로마이신-B를 투여한 뒤 여기에 E3L을 발현시켜 이 단백질이 해당 숙주 세포의 죽음을 막는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 이 E3L 내 Z-DNA와 결합하는 특정 부분(domain)이 숙주 세포를 살리는 작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메커니즘의 열쇠 격인 Z-DNA는 유전자 복제 과정 등에서 나타나며 일반적인 DNA형태인 B-DNA와 구조가 크게 달라 흔히 `왼손잡이' DNA라고도 불린다.
권박사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E3L가 숙주 세포의 사멸을 막는 작용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큰 의문거리였다"며 "예전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Z-DNA가 이런 메커니즘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권박사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우선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E3L 작용을 억제하는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바이러스의 경우도 응용이 가능해 향후 각종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권박사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으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26일자)에 게재됐다. 권박사는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도미, 2003년 3월부터 MIT대 생물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