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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16:35 수정 : 2005.09.29 16:35

과학향기

과거의 과학기술이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뒤떨어져 있었을까? 예상 외로 높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시대의 기계 및 물건들은 놀랍게도 근대사회의 여러 발명품들과 비슷한 것들이 많을 뿐 아니라 너무도 정교하고 훌륭해서 그 옛날에 발명된 것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하는데…

어찌 보면 인류가 근대와 현대에 들어와서 발명하거나 발견한 것들이 최초가 아니라, 이미 고대의 사람들이 이루어 놓았던 것들을 재발명, 혹은 재발견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물 중에 ‘안티키테라의 기계(Antikythera Mechanism)’라는 것이 있다. 이 것은 1900년경에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섬 부근 바다 밑에서 약 2,000년 전에 난파된 고대 그리스의 선박 및 항아리, 장신구, 조각품 등 다른 유물들과 함께 발견됐는데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톱니바퀴 장치들로 되어 있어서 그 용도와 정체를 오랫동안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안티키테라의 기계’가 해와 달의 움직임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 낼 수 있는 일종의 ‘달력 컴퓨터’라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 컴퓨터의 시조는 1830년대에 영국의 수학자 배비지(Charles Babbage; 1792-1871)가 발명한, 자동적으로 연산이 가능한 계산기라고 볼 수 있는데, ‘안티키테라의 기계’ 역시 기술 수준이 이에 못지않은, 고대의 컴퓨터라고 불릴 만하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을 맨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하면 대부분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를 떠올릴 것이다. 제임스 와트는 성능이 우수한 증기 기관을 발명하고 실용적으로 널리 보급시켜서 산업 혁명에 크게 기여한 인물임은 틀림없지만,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와트의 증기기관이 나오기 50여 년 전에 이미 같은 영국 사람인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 1663-1729)이 발명한 증기기관이 탄광의 물 퍼내기 작업 등에 널리 쓰였고, 그보다 좀 더 앞선 선구자들도 간혹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 2,000년 전인 고대 그리스 알렉산드리아 시대에도 증기기관과 매우 비슷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당시 사람들이 ‘에오리아의 공(Aeolipile)’이라고 불렀던 증기구(蒸氣球)이다. 이를 발명한 사람은 헤론(Heron)이라는 뛰어난 기술자였다.

아쉽게도 헤론이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신상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그가 기계인간이라는 뜻의 ‘미케니코스’라고 불렸다는 사실과 함께 그가 저술한 ‘기계학’, ‘측량술’, ‘기체학’ 등과 같은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하여 그가 이루어 놓은 놀라운 발명품들을 접할 수 있을 뿐이다.

증기구란 수증기의 힘에 의해서 돌아가던 공 모양의 기계 장치인데, 둥근 공의 양쪽에 공기 통로가 연결되어 있고, 물이 채워져 있는 아래쪽의 물통은 공과 연결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물통 아래에서 불을 때면 안쪽의 수증기가 팽창 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공이 축을 따라서 회전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는 증기기관의 원리를 정확히 응용한 세계 최초의 기계 장치임에 틀림없다.

당시 그리스의 신전에는 ‘저절로 열리는 돌문’이 있어서 신도들을 놀라게 하였는데, 이것의 비밀 역시 헤론이 만든 증기를 이용한 기계 장치였다. 즉 사제가 신전 앞에 불을 붙이면 벽면에 숨겨진 화로가 데워지면서 증기의 힘이 커지고, 이것이 돌문 아래에 설치된 기구를 움직여서 돌문을 열도록 정교하게 장치되었던 것이었다.

이밖에도 헤론의 뛰어난 발명품들은 매우 많으며,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도 그리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헤론은 동전을 넣으면 한 컵만큼의 성수(聖水; 성스러운 물)가 나오는 ‘성수 자동판매기’도 만들었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커피 자동판매기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수레의 축에 기어를 연결해서, 수레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달렸는지 알 수 있도록 만든 장치도 고안했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택시미터기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가정용 전력계, 수도계량기 등에도 응용되고 있다.

헤론은 또한 ‘세계 최초의 기관총’이라고도 볼 수 있는 폴리볼로스(Polybolos)라는 무기를 발명하였다. 근대적 기관총의 효시는 19세기 중반에 미국인 개틀링(Richard Jordan Gatling; 1818-1903)이 발명한, 10개의 총신을 둥그렇게 모아서 돌려가면서 연속으로 사격할 수 있는 ‘개틀링 총(Gatling Gun)’이지만, 헤론의 폴리볼로스는 이보다 2천 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물론 폴리볼로스는 총을 쏘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체인 매커니즘(Chain Mechanism)’을 채용하여 화살을 하나 쏜 후에 곧바로 다른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연속 발사’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무기였던 셈이다.

헤론 이외에도 정교한 물시계 클렙시드라(Clepsydra)를 제작한 크테시비우스(Ctesibius), 저명한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등이 비슷한 시기의 탁월한 발명가로 꼽힌다.

그런데 만약 오늘날의 사람들이 “당시의 멋진 발명품들을 잘 응용해서 실제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썼더라면 산업 혁명이 17-18세기의 영국이 아니라 2,000년 전 그리스 알렉산드리아에서 먼저 시작되어서 인류의 역사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당시의 헤론 등에게 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아마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다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힘든 일들은 노예들이 다 알아서 해 주는데 구태여 번거롭게 저런 기계들을 쓸 필요가 뭐가 있을까?” 라고 답할 것이다.

당시 그리스 노예제 사회에서는 헤론의 발명품들도 실제의 생활에는 그다지 쓸 일이 많지 않은,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장난감이거나, 인간보다는 신을 위한 기계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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