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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30 16:48 수정 : 2005.09.30 16:48

과학향기

음식은 손 맛이라는 말에 조리용 비닐 장갑을 벗고 손으로 나물을 조물조물 무쳐보고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춰도 역시 그 맛이 아니다. 음식 잘하는 사람들은 ‘갖은 양념과 좋은 재료만 있으면 된다’거나 ‘많이 해보면 늘어요’라는 얘기만 할뿐 정작 비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요리는 정성이고 손 맛이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에는 수학공식처럼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과학 없이는 맛있는 요리도 없다.

설탕 넣고 소금 넣고. 순서를 지켜줘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도전한 요리 초보들 중에 소스의 시큼한 맛을 없애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당량의 설탕을 넣었지만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단맛의 조미료를 아무리 넣어도 그대로다. 비밀은 조미료를 넣는 순서에 있다.

설탕, 소금, 식초, 간장, 된장 등 기본 조미료들은 재료 넣고 끓이면 모두 한데 섞이니 순서는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설탕은 설탕분자,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이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금이 설탕보다 알갱이가 작아 재료에 잘 스며든다. 또 소금은 재료를 꽉 조여 주는 성질이 있어 일단 소금을 넣은 뒤 설탕을 넣으면 단맛이 재료에 스미지 않는다. 염분을 포함한 간장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조미료를 넣을 때는 분자량이 큰 설탕부터 넣어야 제대로 단맛을 낼 수 있다.

휘발성이 있는 식초 역시 조리 과정의 후반부에 넣어야 하며, 향과 풍미가 중요한 간장과 된장은 지나치게 가열하면 고유의 맛을 잃게 된다. 불고기 양념을 할 때에도 순서가 중요하다.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다른 양념이 고기에 스미는 것을 방해하므로 가장 나중에 넣어야 한다.

식은 음식은 맛이 없다? - 비밀은?


맛있는 요리는 온도의 지배를 받는다. 찌개를 끓일 때 아무래도 싱거워서 소금을 넣었다가 짜서 못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팔팔 끓을 때는 짠맛을 민감하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 맛은 온도에 따라 느껴지는 강도가 다르다. 짠맛과 쓴맛은 높은 온도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식으면 강하게 느껴진다. 식은 요리가 맛없게 느껴지는 것은 쓴맛과 짠맛이 강해지기 때문. 신맛은 온도와 그다지 상관이 없지만 단맛은 35℃ 정도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아이스커피에는 설탕과 시럽을 많이 넣어도 달지 않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낮은 온도 때문에 단맛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과일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맛을 내는 과일은 과당, 포도당 등 단당류와 함께 시트르산, 말산 등의 신맛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과일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단맛이 억제되고 신맛은 그대로 남아 맛이 없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사과, 포도, 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간의 혀가 가장 민감한 온도는 20~40℃. 체온과 25℃ 이상 차이 나는 경우 자극이 커지면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70℃ 이상, 5℃ 이하의 음식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 따라서 뜨거운 음식일 경우 60~70℃, 차가운 음식은 5~12℃ 정도로 내는 것이 적당하다.

요리 재료 보관에도 온도가 중요하다. 고구마, 호박, 오이, 가지, 피망 등의 야채는 10~15℃가 적정 보관 온도. 장기 보관을 위해 냉장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냉장 보관을 할 경우 저온 장애를 일으키는 것들도 있다. 저온에 보관하면 오이는 표피 세포가 손상되어 표면이 미끌미끌하게 되고, 가지는 5일 이상 냉장 보관할 경우 표피에 갈색 함몰이 생기고 내부에 검은 점이 생긴다.

헌 짚신도 짝이 있고, 음식도 짝이 있다!

몸에 좋은 재료도 어떤 재료와 만나느냐에 따라 효과가 더 커지기도 하고 해가 되는 성분으로 변하기도 한다. 미역에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붙는 것을 방지하고 유해물질을 해독해주는 알긴산 성분이 있는데 파와 함께 조리하면 이 성분의 효능이 떨어진다. 시금치는 많이 먹으면 결석이 생기는 원인이 되는데 근대와 함께 먹으면 그 위험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참깨와 함께 먹으면 결석이 생길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오이와 무는 함께 조리하면 오이의 효소가 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본래 재료의 장점을 더욱 살려주는 좋은 궁합을 가진 것으로는 당근과 기름이 대표적인 예. 볶음 등 기름이 들어가는 조리법을 사용하면 당근의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가 더욱 좋아진다. 맛이 좋지만 콜레스테롤 걱정 때문에 꺼리게 되는 새우는 표고버섯과 함께 요리한다. 표고버섯은 새우의 칼슘 흡수를 촉진하되 콜레스테롤은 낮춰 준다. 쇠고기 요리에 흔히 쓰이는 배는 소화를 촉진하는 과학적인 효능이 있다. 배에는 전분과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를 연하게 하고 소화도 쉽게 만든다.

재료가 음식으로 바뀌는 과정은 마법같이 보이지만 실은 수학 문제처럼 정직하다. 좋은 재료를 정해진 양만큼 사용하고, 정해진 수순으로 만들면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 요리하면서도 공식이나 과학 원리를 생각해야 하다니! 가슴이 답답한 사람도 있을 터. 하지만 뿌듯하지 않은가. 부엌에 서는 순간, 우리는 모두 과학자다. 오랜 시간 인류가 부엌에서 생활과 함께 깨우치고 발명해낸 생활 과학의 전령이 되는 것이니까.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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