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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17:46 수정 : 2005.11.28 17:46

11월 28일

과학향기

1977년 2월 17일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은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380 ㎞ 떨어진 해역에서 잠수를 시작하였다. 1974년부터 심해탐사를 시작해 이곳에서 활발한 해저 화산활동의 징후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내려 보내 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앨빈은 잠수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수심 2,700 m의 바닥에 도착했는데 잠수정에 타고 있던 과학자들의 눈앞에 펼쳐진 경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바다 속 모습이 아니었다.

굳은 용암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와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고 있었으며,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 주변에는 어른 신발보다도 더 큰 대합과 홍합들이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었다.

1979년 이곳을 다시 찾은 과학자들의 눈앞에는 더욱 신비한 광경이 펼쳐졌는데 열수분출공의 생물다양성과 밀도는 열대 정글이나 산호초를 능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처음 보는 특이한 동물이었으며, 사람 팔뚝만한 두께로 2 m까지 자라는 거대한 관벌레가 가장 많았다. 이렇게 깊은 바다 속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곳을 심해 열수분출공이라 한다. 열수분출공은 말하자면 바다 속 온천인 것이다. 이런 열수분출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해저지각의 틈 사이로 스며들어간 바닷물은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데워지고 주변 암석에 들어있던 구리, 철, 아연, 금, 은 등과 같은 금속성분들은 뜨거운 물에 녹아 들어간다. 또 데워져 수온이 350℃나 되는 뜨거운 물은 지각의 틈 사이로 다시 솟아나오게 된다. 대기압에서 물은 100℃가 되면 끓어 수증기로 변하는데, 온도가 350℃나 되는데도 물이 수증기로 되지 않고 솟아 나온다고 하니 의아해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수분출공이 있는 수심 2,000~3,000 m 깊이에서는 압력이 200~300기압으로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편 뜨거운 물에 녹아있던 물질들은 분출되면서 주변의 찬 바닷물과 만나 식게 되고 열수분출공 주변에 침전되어 굴뚝을 만드는데 이 굴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라게 된다. 이와 관련 높이가 수십 m가 되는 것도 발견된 적이 있다.

열수분출공의 발견은 생물학사에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깊은 바다 속에는 생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태계는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 있어야 유지되는데 심해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암흑의 세계이므로 식물이 살 수 없어 심해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표층에서 죽어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 외에 먹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해는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사막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심해 열수분출공 광경을 본 과학자들은 당연히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도대체 이 동물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그 후 계속된 조사로 열수분출공 주변에 어떻게 많은 동물들이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연기 속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심해에는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박테리아들이 많이 살고있었다. 이 황화박테리아들은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탄수화물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화학합성을 하여 탄수화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즉 심해 열수분출공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화학합성을 해서 열수분출공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었다. 이 발견으로 광합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생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보아왔던 식물을 기초생산자로 한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바다 속에 있었던 것이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835년 다윈의 방문으로 진화론의 산실로서 생물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종의 기원’이 생물의 진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약 140년 후에 열수분출공 주변의 생물군집이 발견됨으로써 갈라파고스제도는 다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게 되었다. 또 과학자들이 심해저 탐사를 계속하면서 열수분출공은 더욱 많이 발견되었고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탐사팀도 파푸아뉴기니 인근 해역에서 새로운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열수분출공은 산업에 필요한 금속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광물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햇빛이 없고, 수압이 높으며,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열수분출공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환경이 생명체가 지구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의 조건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를 연구해서 태초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잉태된 환경과 과정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도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열수분출공을 탐사하고 있다.

(글: 김웅서 –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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