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6 10:44
수정 : 2018.08.16 11:22
|
얕은 바닷속 산호초 생태계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지구온난화로 ‘해양 열파’도 심화
파리협약 2℃ 목표 달성해도
발생기간 2.5배, 범위 9배 증가
영향 지역 바다 생태계 궤멸
|
얕은 바닷속 산호초 생태계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폭염에 영향받는 것은 인간이나 지상 위의 생명체뿐이 아니다. 시원해 보이는 바닷속 생물도 점점 심해지는 ‘열파’(heatwave·극한의 더위)에 생존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열파(MHWs·Marine heatwaves)란 극단적으로 더운 기후가
며칠에서 몇달 동안 바다 표면을 데우면서 얕은 곳부터 심하면 수심 수천㎞의 깊은 바다까지 따뜻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환경 물리학자 토머스 프롤리셔(Thomas Frolicher)를 비롯한 연구진은 위성 관측 데이터와 지구 시스템 모델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해양 열파의 양상을 분석했다. 해당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15일치(미국 현지시각)에 실렸다.
그 결과, 1982년부터 2016년 사이에 평균 해양 열파 발생일이 이미 2배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오늘날 평균 해양 열파 발생일은 33일이다. 만약 지구의 평균 온도가 파리 기후협약에서 참가국이 약속한 이번 세기 내 2℃ 상승에 그칠 경우, 해양 열파 발생일은 84일까지 증가하리라고 연구진은 예측했다. 만약 현재 추세대로 3.5℃까지 상승하게 되면 이 날짜는 무려 150일까지 증가한다.
해양 열파가 발생하는 지역의 범위도 많이 증가할 전망이다. 2℃ 상승 안으로 잡더라도 지금보다 9배 넓어지며, 3.5℃인 경우에는 최대 21배까지 넓어지리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런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지역으론 열대 지방의 서부 태평양과 북극해가 꼽혔다. 연구진은 오늘날 해양 열파 발생 원인의 87%는 인간이 만들어낸 온난화의 영향이며, 온난화가 2℃ 상승에 그칠지라도 이때 일어나는 해양 열파의 원인의 거의 100%가 인간 탓이리라고 분석했다.
이런 해양 열파가 발생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 사례를 보면 결과는 끔찍하다. 온라인 과학 매체 ‘Phys.org’의 보도로는 2011년 10주 동안 열파 현상이 발생했던 호주 서쪽 바다에선 전체 생태계가 붕괴해서 이 지역에서 그간 잡혔던 어종은 이후 영영 자취를 감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선 표면 온도가 6℃ 상승하는 기현상이 있었는데 독성 조류가 번성하면서 게들이 궤멸했고 바다사자, 고래, 바닷새 등이 떼죽음을 당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런 일들이 세계 각지의 바다에서 빈번하리라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프롤리셔 연구원은 <아에프페> 통신과 인터뷰에서 “해양 열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점 길어지고 잦아지고 심해졌다”며 “이 경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더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