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7 16:09
수정 : 2019.01.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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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지만, 감축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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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전산업 CO₂총배출의 4분의 1 차지
코크스 대신 전기용광로 대체 추진
수소로 철광석 가공 기술 나왔지만
고비용에 막대한 전기 수요 걸림돌
“공동노력 없으면 무역 불균형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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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지만, 감축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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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와 함께 현대 경제 발전의 기반인 철강산업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 재벌 타타가 독일 북해 해변에 소유하고 있는 이유무이덴 제철소는 한 세기 동안 자동차와 건설, 식료품용 깡통을 위한 철을 대량생산해오고 있다. 이 제철소는 철을 좀더 값싸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는 이 사업의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5분의 1로 줄이는 것이다. 타타스틸 유럽의 최고경영자인 한스 피셔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철강산업의 일원으로 의무감을 갖고 새로운 철강생산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10년이라는 잉태기간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도 상용화 규모의 가동은 어렵다. 재정적 이유나 투자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철강은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7~9%를 차지한다. 철강 1톤을 생산하는 데 평균 이산화탄소 1.83톤이 배출된다고 세계철강협회는 밝히고 있다. 전체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가장 많다.
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철강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턴트 니콜 보이그트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해 전지구 온도를 2도로 유지하려면 철강은 배출 중립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2015년 유엔의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21세기말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2도를 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기존 철강 생산자들은 배출가스 관리에서부터 핵심적인 야금기술의 조정 등 일련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의 대규모 탈탄소화가 실현되려면 몇십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극고온에서 철광석을 녹여 철과 더 단단한 합금강을 만드는 전통적 생산방식은 150년 전 (공해 배출이 많은) ‘회색 철강’이 대세가 된 이래 변하지 않고 있다. 대형 용광로는 석탄으로 만든 고탄소함유 연료인 코크스로 철광석을 액체로 만들어 철강으로 제련한다. 오랜 기간의 효율성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생성되고 있다.
보이그트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환원제로서 탄소 대신 다른 것을 쓰거나 폐고철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철강 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아예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사후처리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 더 효율적인지는 논쟁중이다”라고 말했다.
고로 용광로의 대체용으로 철광석 대신 폐고철을 녹이는 전기 아크 용광로가 있는데, 전기로는 고로보다 규모도 작고 비용도 적게 들 뿐더러 코크스를 쓰지 않기 때문에 고로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전기로는 이미 세계 철강 수요의 4분의 1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원만으로 10만명 인구 도시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이 막대한 전기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또다른 한계는 폐고철 공급이 유한하다는 것이다. 전기로로 생산한 제품의 품질이 자동차와 같은 특정 응용분야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철강산업계는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성배’ 곧 획기적인 ‘저공해 기술’을 찾아나섰다. 영국 소재가공연구소(MPI)의 크리스 맥도널 소장은 “철강산업이 당면한 과제는 효율성 향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것이다. 철강 생산 과정의 화학반응에 탄소가 필요한데 언젠가 이 작업에 수소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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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소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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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회사는 수소 기반 철을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스웨덴 철강회사인 SSAB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1억5천만 유로(약 2천억원)의 파일럿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북유럽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철을 생산하는 첫번째 시도이다. 스웨덴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로 전기분해를 통해 생산한 수소로 철광석을 ‘해면철’(sponge iron)이라는 중간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해면철은 전기로에서 강철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순수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재생에너지 생산 용량의 막대한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포스코와 오스트리아의 푀슈탈피네(Voestalpine)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푀슈탈피네는 이 기술을 실현하려면 2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철강산업은 몇가지 과도기를 거칠 것이다. 타타는 철광석 전처리 과정에서 몇 단계를 제거했다. 여기에 배출가스의 포집과 저장 기술을 결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타타는 밝히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세계 최대 다국적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미생물을 이용해 남는 일산화탄소를 바이오에탄올로 바꾸는 사업에 1억5천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수송용 연료나 플라스틱 제조에 쓸 수 있다. 고로에 쓰는 코크스를 폐목재로 만든 바이오 석탄으로 대체하려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진행되는 몇가지 시도들에 지원되는 공적 자금의 규모는 재생에너지를 위한 지원금에 비하면 약과라는 것을 산업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일부 국가가 철강사업자들의 개선 노력에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값싸고 공해를 배출하는 소재가 넘쳐나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핑그룹의 컨설턴트 젠스 버처드는 “철강산업은 세계가 똑같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낳는 산업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이 국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전망에서 당면한 가장 큰 딜레마이다”라고 평가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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