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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1 09:05 수정 : 2019.01.11 16:34

지구 온난화에도 태평양 심해수는 계속 차가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미국 연구팀 과거 측정자료 토대로 모사
16세기 차가운 표층수 이제야 심해 도달
20세기 인위적 온난화 에너지 일부 상쇄
“장기 기후 예측 위해 심해 연구 필요” 

지구 온난화에도 태평양 심해수는 계속 차가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300년 전 소빙하기 때 바다 표층의 냉수가 태평양 심해의 중세 온난기 온수와 이제야 섞이고 있어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심층수는 오히려 차가워지는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와 우즈홀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깊은 태평양은 온도 측면에서 보면 몇 세기 뒤처져 아직 소빙하기 출현에 적응중이다. 대부분의 대양이 지구 온난화에 반응하는 것과 달리 태평양 심해는 냉각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양 심해는 소빙하기 때 표층수가 가라앉아 현재도 냉각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중세 온난기(950~1260년)와 소빙하기(1300~1850) 때의 지역별 온도 상승과 하강 자료를 토대로 해양의 내부가 수면의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이 산출한 결과는 놀라웠다. 논문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우주홀해양연구소의 제이크 게비는 “지난 1천년 동안 절반 이상의 기간에 해양의 표층수가 차가워졌다면 해양 가운데 현대의 온난화와 동떨어져 있는 부분은 아직 차가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델은 실제 해양을 단순화한 것으로, 연구팀은 심해의 냉각 경향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의 실제 데이터가 필요했다. 2002년 이래 전지구 바다에 온도와 염도 등 해양 요소를 측정하기 위한 부표를 띄워온 국제컨소시엄 ‘아르고 계획’(Argo Project)이 있지만 이 부표로 2㎞ 아래는 측정하지 못한다.

1980년대 ‘HMS 챌린저’는 세계 해양의 심해 온도를 5천회 이상 측정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연구팀은 다행스럽게도 1870년대 ‘HMS 챌린저’가 측정한 심해 온도 데이터와 1990년대 ‘세계대양대순환실험’(World Ocean Circulation Experiment)의 현대적 측정 데이터가 있었다. HMS 챌린저는 영국 군함으로 건조한 3단 돛대 목재범선으로 세계 여러 대양과 해저를 탐사한 최초의 현대식 해양탐사선이다. 1872년부터 1876년 사이에 13만㎞를 항해하며 로프에 매단 온도계를 2㎞ 바닷속으로 내려뜨려 5천회 이상의 온도를 측정했다.

HMS 챌린저 데이터는 손질이 필요했다. 깊은 바다의 수압은 당시 사용한 수은 온도계에 압력을 가해 측정값을 왜곡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문 공저자인 하버드대 피터 허이버스 교수는 “수압과 온도계를 매단 대마로프의 신축성 등을 계산해 보정한 온도 값들을 현대 관측 자료를 비교해보니 20세기 이후 세계 해양 대부분에서 온난화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2㎞ 안팎의 태평양 심해에서는 냉각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대서양은 125년 넘게 모든 깊이에서 온도가 상승한 반면 태평양은 20세기 시작부터 계속 1.8~2.6㎞ 깊이에서는 냉각화 경향을 보였다. 냉각의 정도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섭씨 0.02~0.08도보다는 작은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소빙하기 이후 전지구 해양과 대서양 평균 온도는 상승하고 있는 반면 20세기 인위적 온난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태평양의 평균 온도는 하강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대서양과 태평양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물 순환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서양에는 남극과 북극 지역에서 차고 밀도가 높은 물이 계속 흘러들어온다. 이 물들은 빠르게 바닥으로 가라앉아 혼합을 일으킨다. 반면 태평양은 상대적으로 클 뿐더러 북쪽에서 물이 보충되지 않아 심해수가 바닥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연구팀은 태평양 심해의 냉각 경향이 20세기 인위적 온난화로 발생한 열 에너지의 30% 가량은 상쇄한 것으로 해석한다. 허이버스 교수는 “온실가스를 함유한 대기와 평형을 맞추려고 해양으로 흡수된 열은 이미 태평양 심해에 도달했다. 기후모델들이 수십년 이상의 장기간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해를 고려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 해양의 표층수 온도는 900년 사이에 0.4도 차이가 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자료로는 1901년 이래 표층수 온도는 0.8도가 상승했다. 연구팀은 20세기 온난화 영향으로 태평양 심해의 소빙하기 영향에 따른 냉각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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