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9 12:00
수정 : 2019.04.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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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스페인 독감의 발병 원리를 밝혀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유행해 전세계에서 5천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치명적 질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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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바이러스 독성 인자 규명
특정단백질 돌연변이가 면역체계 무력화
“최근 유사 변이·중증 감염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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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스페인 독감의 발병 원리를 밝혀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유행해 전세계에서 5천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치명적 질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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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20세기 최악의 세계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킨 스페인 독감의 발병 원리를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29일 “연세대 성백린 교수, 건국대 김균환·박은숙 교수, 경희대 김광표 교수 등 국내 공동연구팀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를 찾아내고 어떤 원리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지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스페인 독감은 1세기 전인 1918년 발병해 전세계 사망자만 최고 5천만명 이상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그해 8월 처음 발생해 1차 세계대전 뒤 귀환 병사들을 통해 세계에 전파되기 시작해 2년 동안 창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4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 A형 중 h4N1형인 것으로 밝혀진 이래 과학계는 강력한 독성을 일으키는 원리를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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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1918년 스페인 독감의 PB1-F2 단백질이 인터페론 생성에 중요한 숙주 단백질인 DDX3와 결합해 분해시킴으로써 항바이러스 반응을 차단하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독성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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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피비1-에프2’(PB1-F2)라는 단백질의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세포 실험과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PB1-F2 단백질이 항바이러스 구실을 하는 인터페론(IFN) 베타를 제거되도록 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나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에서 유도되는 물질이다. PB1-F2의 68번째와 69번째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인터페론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필수 단백질인 ‘디디엑스3’(DDX3)를 분해시켜 인터페론 베타가 생기는 것을 막아 숙주가 발병하고 결국 사망하도록 만든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PB1-F2가 DDX3와 강력하게 결합한 뒤 이를 세포 안 단백질 분해 장소로 유인해 함께 빠르게 분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스페인 독감의 병인 기전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성백린 교수는 “최근 들어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유전적 변이와 중증 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고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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