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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6 06:00 수정 : 2019.05.06 14:23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 지하에 건설중인 우주입자연구시설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우주 27%나 차지하는 암흑물질
30여년 매달렸지만 아직 못찾아
IBS, 정선 폐광에 실험시설 구축
2021년부터 본격 탐사활동 나서

관건은 뮤온입자 등 ‘방해꾼’ 제거
청평·양양보다 청정도 높아 유리
“국내 천체입자물리학 도약 기대”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 지하에 건설중인 우주입자연구시설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에 있는 한덕철광은 지난 3월 첨단 인양시설을 갖춘 제2수갱(수직갱도) 준공식을 열었다. 한덕철광은 제2수갱에 광석 운반용 승강기와 별도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원들을 실어나를 승강기를 설치했다. 최대 15명을 초속 4m의 속도로 1100m 지하까지 운송하는 이 승강기는 국내 최고 높이(469m)의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용 엘리베이터보다 131m가 더 길다. 지하에 마련될 2000㎡의 공간에는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을 위한 우주입자연구시설(ARF)이 2020년 말까지 구축된다. 연구단은 이곳 지명을 본따 ‘예미랩’(Yemilap)이라 부른다. 경기도 청평 양수발전소와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양양랩·Y2l)에 이어 세번째 지하우주실험시설이다.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 연구단장은 “예미랩이 완공되면 향상된 검출기로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 현상을 탐색하는 아모레(AMoRE) 실험과 고순도 요오드화소듐(NaI) 결정을 이용해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코사인(COSINE) 실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138억년 전에 탄생한 직후의 우주는 물질과 반물질이 평형을 이루고 있었다. 둘은 서로 만나면 사라지는데 어느 순간 대칭이 깨져 물질이 남으면서 지금의 우주가 생성됐다. 초기 우주는 무척 뜨거워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날 일이 없었지만 우주가 식어가면서 둘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원자핵을 만들고 전자를 끌어들여 원자를 이뤘다. 이들 원자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구성요소이다.

문제는 이 물질들만으로는 은하의 회전 속도와 가속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하가 원심력에 의해 퉁겨져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중력 물질이 있어야 하고, 우주를 팽창시킬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른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관측 가능한 물질은 우주의 4.9%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암흑물질이 26.8%, 암흑에너지가 68.3%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의 우주입자연구시설이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한덕철광에 2020년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일찍이 한국 과학자들이 이들 암흑물질 후보를 제시했다. 입자물리학자인 고 이휘소 박사는 1977년 양성자 질량보다 10배 큰 암흑물질을 제안했는데, 이는 지하실험연구단의 탐색 목록에 올라 있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윔프·WIMPs)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김진의 서울대 명예교수는 ‘약하게 반응하는 가벼운 입자’(WISPs)의 하나로 액시온(AXION)을 제안했다. 액시온은 양성자 질량의 10의 12제곱분의 1 이하일 정도로 가볍다. ‘비활성 중성미자’도 암흑물질 후보군의 하나다. 과학자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암흑물질 사냥에 나섰지만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의 다마(DAMA) 연구팀이 유일하게 암흑물질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은 지난해 12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다마팀의 실험 결과가 암흑물질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제출했다. 이현수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실험 등에서도 암흑물질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돌을 다 뒤져봐야 한다. 지하실험연구단은 양성자 질량의 10분의 1 정도의 작은 암흑물질을 절대온도 0도 영역에서 검출하는 목표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이 암흑물질을 탐색하기 위해 설치한 검출기 내부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암흑물질은 우주에 고루 퍼져 있고 입자라는 것이 입자물리학계의 합의된 전제이다. 지구는 초속 45㎞ 속도로 회전하고, 태양계는 초속 220㎞의 속도로 돈다. 나선형의 우리 은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타자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번트를 하듯이, 지구에 설치한 검출기 안 물질에 암흑물질이 부닥치면 퉁겨져 나가면서 에너지를 빛으로 남기는데 이 빛을 전기로 바꿔 측정하는 방식으로 암흑물질을 검출한다. 문제는 순수하게 암흑물질에서 유래한 신호를 잡아야 하는데, ‘방해꾼’들이 많다는 점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은 지구 대기와 충돌해 많은 양의 입자를 생성하는데 특히 뮤온 입자는 무거워 수천m 지하까지 침투한다. 하지만 지표를 통과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잃어 깊은 지하에까지는 이르는 뮤온입자는 많지 않다. 지하 700m인 양양랩보다 400m 더 깊은 예미랩의 연구 환경이 좋은 이유이다. 김영덕 연구단장은 뮤온 투과율이 5배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면적이 양양랩의 10배인 점도 예미랩의 장점이다. 이현수 부단장은 “검출기 크기가 연구팀의 경쟁력이다. 차폐체를 제외한 순수 검출기 크기가 양양은 100㎏ 수준인 데 비해 예미랩은 10배 이상이다. 먼지에도 방사능이 들어 있어 측정을 방해하는데 넓은 공간은 청정시설을 들여놓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 1100m 지하에서 우주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터널을 뚫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단의 또 다른 연구과제는 유령입자인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전자·뮤온·타우 등 3종의 중성미자는 서로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되는데, 변환 비율과 이에 바탕을 둔 세 중성미자 사이의 질량 차이는 계산이 됐다. 하지만 중성미자 질량의 절대값은 측정되지 않았다. 연구단은 1년에 한두개 나오는 중성미자의 베타붕괴 빈도수를 측정해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 범위를 특정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덕 연구단장은 “2021년 초 우주입자연구시설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면 국내 천체입자물리학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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