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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8 11:19 수정 : 2019.05.08 11:38

국내 연구팀이 초신성 폭발 때나 젊고 무거운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우주 먼지가 강하게 회전하고 이 과정에서 먼지는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진다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사진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5월6일(현지시각)치 표지 그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천문연팀 ‘네이처 천문학’ 표지논문
초신성 폭발 때 강한 빛이 먼지 쪼개
기존 ‘원심력 분리 불가론’ 뒤집어

국내 연구팀이 초신성 폭발 때나 젊고 무거운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우주 먼지가 강하게 회전하고 이 과정에서 먼지는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진다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사진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5월6일(현지시각)치 표지 그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연구팀이 “우주 먼지는 원심력에 의해 쪼개질 수 없다”는 기존 이론을 뒤집고 우주 먼지가 초신성 폭발 때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가속된 원심력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냈다. 천문연은 8일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우주 먼지가 초신성이 폭발할 때나 무겁고 젊은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다 원심력이 먼지를 붙잡고 있던 인장강도보다 세지면 쪼개진다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주 먼지는 죽어가는 별에서 생겨 새로운 별이 탄생하거나 지구 같은 행성이 형성되는 기본 재료가 돼, 우주 먼지를 연구하면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6일(현지시각)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강한 광원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주변 먼지들의 회전 속도가 증가하고, 초당 10억 바퀴에 이르는 빠른 회전 속도까지 늘어나게 된다. 빠르게 회전하는 먼지는 원심력을 받아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며, 그 원심력이 먼지의 최고 인장강도보다 커지면 먼지가 부서져서 작은 조각이 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그동안 천문학의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는 초신성(메가노바), 킬로노바, 무겁고 밝은 별, 블랙홀 강착원반 등 강력한 광원 주변에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먼지 알갱이가 이보다 훨씬 큰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알갱이에 비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주 먼지를 파괴하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주 먼지를 파괴하는 기존 이론에는 △우주 먼지가 뜨거운 우주 플라스마 속에 들어 있을 때 플라스마의 양성자들이 먼지를 계속 때림으로써 먼지가 표면부터 분자와 원자로 파괴된다는 ‘양성자 때림’(sputtering) 이론 △충격파 안에서 먼지와 먼지가 직접 충돌해 부서진다는 ‘파쇄’(shattering) 이론 △빛이나 전자가 먼지에 충돌해 먼지가 뜨거워져서 먼지가 부서진다는 ‘승화’(sublimation) 이론 등이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원리에 대해 “아이에이(Ia)형 초신성의 초기 단계 관측을 통해 강한 광원 근처에 놓인 우주 먼지는 그 빛의 압력을 받아 마치 바람개비가 회전하듯이 초당 10억 바퀴에 이를 정도까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게 되고, 그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 먼지의 최대 인장강도보다 더 세지면 먼지가 부서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에 ‘복사 회전에 의한 먼지 파괴’(Radiative Torque Disrup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원리는 초신성이나 킬로노바, 무겁고 젊은 별 주변에 존재하는 먼지에 적용하면 다양한 천문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아이에이형 초신성은 쌍성 중 한 항성이 팽창해 두 항성 간 중력적인 상호작용으로 질량이 더 큰 항성이 더 작은 항성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하다가 찬드라세카(태양 질량의 1.44배) 질량을 넘어서게 되면 폭발을 하는 것으로, 같은 질량에서 초신성 폭발이 이뤄져 밝기가 같다는 점을 이용해 우주에서 거리 측정을 하는 도구로 쓰인다.

연구팀은 먼지가 부서지는 영역이 킬로노바나 초신성 주변에서는 반경 수 광년 정도의 범위에서 생기는 반면, 밝고 무거운 별이 천여개 모여 있는 별 탄생 영역에서는 반경 수십 광년 범위로 형성되는 것을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티엠 황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195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퍼셀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 먼지는 원심력에 의해 쪼개질 수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우리 연구는 먼지가 강한 광원 근처에 위치한다면 작게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안상현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작은 먼지는 짧은 파장의 빛을 더 잘 흡수하고 산란해 그 양과 내부 분포가 초신성이나 최초 은하의 밝기에 영향을 준다. 우리의 연구는 초신성을 이용해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측정할 때나 우주 최초의 은하 및 다양한 천체 연구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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