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5.29 06:01 수정 : 2019.05.29 10:10

문미옥 과기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가운데)와 정재웅 경희대 교수(왼쪽),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오른쪽)이 23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2년의 성과 그리고 미래”을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책 2년 평가 좌담
연구자 중심으로의 전환은
스스로 고민하는 좋은 기회
사이버+피지컬+바이오 융합
우리 같은 제조 강국 주도해야

문미옥 과기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가운데)와 정재웅 경희대 교수(왼쪽),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오른쪽)이 23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2년의 성과 그리고 미래”을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정책 중심에 과제 대신 연구자를 놓겠다”고 강조하며 △자율과 책임성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로 전환 △청년 과학자의 꿈 실현 지원 △기초연구 자율성 보장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 △과학기술 행정체제 정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지난 23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현장 연구자인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정재웅 경희대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교수, 이근영 <한겨레> 선임기자(사회)가 정부과천청사 차관실에서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성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 현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표제어로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R&D)’을 내놓고 있다. 왜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문미옥 차관(이하 문)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이 나온 배경부터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5~10년 사이 과학계의 가장 큰 불만은 과학기술 정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1세기 초입에 과학기술이 더욱 중요해졌음에도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바뀌며 과학기술부 존재가 없어졌다. 또 연구자들은 연구비 가뭄을 호소하면서도 연구비가 있어도 괴롭다고 토로했다. 영수증을 풀로 붙이는 것조차 연구자가 해야 하는 등 행정 업무 부담과 경제적 효과 및 중간 성과 보고 제출 등 요구가 과다하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이런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이다. 이제 방향과 모양이 갖춰졌고 내용을 채워 나가려 한다. 현장 연구자들이 느끼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박천홍 원장(이하 박) 정부출연연 입장에서 연구자 중심은 다른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 거버넌스(경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일단 거버넌스가 거론되면 출연연은 개혁의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현 정부의 연구자 중심은 출연연이 혁신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년 동안 출연연이 국가가 필요한 연구를 기업과 대학과는 차별 있게 대행한다는 목표 아래 ‘출연연의 역할과 책임’(R&R) 계획을 수립해왔다.

문미옥 차관

기관은 연구성과로 평가하고 기관장 평가는 별도로 할 것

기초연구비 증액 목표 이루고 지원도 생애주기별로 세분화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

연구자 중심은 출연연 연구자들이 기관 미션(목표)을 국가 미션과 연계해 스스로 고민하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다. 과기부가 연구자들한테 떠넘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의욕은 있지만 갈증을 느꼈던 연구자들한테서 좋은 기회라는 말씀들을 들었다.

사회 지난해 9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으로 69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 중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됐다. 연구 자율성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지정기준이 모호하고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기관 중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공공기관, 이를테면 정부출연연, 산업부 소관 전문연구원, 각 부처의 특정연구원 등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면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평가의 문제였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이든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관이든, 정책개발 기관이든 하나의 잣대로 평가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다 보니 밑바탕에 효율적이냐 경제적 성과가 있느냐는 판단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 경영평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를 하다 보니 비정규직 등 문제가 파생됐다.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해 약속한 연구 성과를 제대로 내는지로 평가는 받자는 것이 가장 큰 법 제도의 변화다.

사회 공운법과 맞물린 쟁점이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이다. 연구자들의 피비에스에 대한 개선 내지 폐지 요구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정책은 무엇인가?

피비에스는 인건비를 다 안 주고 열심히 일을 하도록 자극해서 인센티브를 가져가게 하는 수단적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관 고유 사업 외에 바깥에서 연구 과제를 받아와 의무 연구가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적극적 기회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당수 연구원들한테서 피비에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령 순수 연구를 하는 한국천문연구원조차도 10% 정도는 외부에서 연구비를 따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경제적 효율과 경영평가를 강조하다보니 연구자들이 힘들어 했다. 앞으로 기관은 연구 성과로 평가하고, 기관장 평가는 별도로 하도록 구분했다.

정재웅 교수(이하 정) 출연연(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에 짧은 기간 근무해 피비에스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선임 연구자들 얘기를 들어 보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출연연 연구과제가 규모가 커 도전을 하고 성과가 있으면 상당한 혜택(베네핏)을 볼 수 있지만 과제가 정기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선정되지 않으면 수입에 변화가 생기는 불안 요인이 된다. 피비에스의 존폐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불안 요소, 괴리 현상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천홍 원장

연구자, 개혁 대상서 혁신 주체로…원천기술 후속연구도 기회 줘야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 혁신 기회…부가가치 가장 큰 건 바이오 분야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피비에스 개편은 연구원들이 관심이 많았던 사안이다. 불필요한 행정 업무가 많았다. 자체 수입원이 있고 공공성을 갖춰야 하는 공기업과 달리 출연연은 수월성을 따져야 하는데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 가령 연구원을 뽑을 때 전공을 보고 함께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공정성을 이유로 개별 정보를 못 보게 한다. 심지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조차 교수를 채용할 때 블라인드 선발을 한다. 이런 부분이 논의되고 있는 점은 환영한다. 피비에스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기관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피비에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준 것만 해도 큰 진전이다. 출연연마다 역할에 따라 피비에스 비율이 다를 수 있다. 가령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피비에스 활용도가 낮다. 하지만 기계연의 경우 산업체와 연계된 연구가 많아 100% 기관 고유 연구만 하면 산업계와 함께 연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했으면 기업과 함께 후속연구를 진행해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 피비에스는 이런 여러 목소리를 담아줄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 출연연 역할과 의무 정립은 이런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사회 현 정부 출범 전후에 연구자들이 국회 청원에 나설 정도로 기초연구비 증액과 자율성 요구가 많았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대통령 공약에 2022년까지 기초연구비를 2배로 증액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원 시절 정부 연구비를 분석해보니 연구비의 30%가 기초연구에 지원된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연구자들한테 직접 제공되는 기초연구비는 1.2조원에 불과했다. 이것을 획기적으로 증액하자는 것이 대통령 공약이 됐고 이제는 국정과제가 됐다. 증액 부분도 첫해에는 국회에서 감액을 해 어려웠지만 지난해에는 목표액만큼 증액이 됐다. 또 연구자들의 지원 체계를 박사, 박사후연구원(포스닥), 신진연구자, 중견연구자 등 생애주기에 따른 지원제도를 세분화해 잘 정비했다.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 비율도 10%대에서 20%대로 두 배 늘어났다.

정재웅 교수

PBS제도에 연구자들 부담 느껴…존폐보다 불안 요인들 줄여가야

생애주기 배려는 긍정적인 인상…연구 구상 때 네트워크 활용 필요

정재웅 경희대 교수

지난해 연구비 신청 과정에서 목격한 바로는, 저한테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생애 첫 연구’가 꽤 높은 비율로 선정되는 것을 보고 (연구비 관리 주체가) 생애주기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경력단절 연구자의 과제도 모집하는 것을 보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연구자들을 지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최근 ‘바이오 경제’ ‘수소경제’를 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의 녹색경제, 창조경제 캠페인과 무엇이 다른가?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을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의 혁신’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나는 ‘사이버 피지컬 바이오 시스템의 혁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강국이다. 기계·조선 등과 함께 별도로 분파돼 있던 사이버, 아이티산업이 피지컬(제조업)과 결합·융합하면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티와의 단순 융합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에는 데이터가 있다. 초연결·지능화해 사물인터넷(IoT)과 연결이 되고 데이터화해 인공지능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이를 위해 디엔에이(DNA·데이터 네트워크 에이아이)를 구축해 제조업의 스마트화 곧 스마트공장, 스마트산업단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년 동안 축적해온 것을 끄집어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시스템을 혁신성장의 아이템으로 삼아 전략적 방향을 발표하고 정책화하고 있다.

제조업들은 처음에 4차 산업혁명을 무서워했다. 전통적 산업이 없어지고 새로운 산업에 밀려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을 혁신에 비유하자면 중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독일과 싸우자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부가가치를 잡는 동인은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 가운데 부가가치가 가장 큰 것은 바이오일 것이다.

사회 노무현 정부 때도 바이오와 수소경제를 강조했다 바이오는 황우석 스캔들로 몰락하고 수소경제는 폐기된 바 있어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근영 <한겨레> 기자
당시에는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었다. 연구 스캔들 등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연구개발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갱신해가며 꾸준히 투자돼왔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면 연구할 줄 아는 인재가 풍성하게 배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맨바닥은 벗어나 수영장 정도는 돼, 다이빙을 해볼 만하다.

이전 정부들에서 나노기술이다, 녹색기술이다 하고 강조할 때 저항감이 생겼던 것은 연구비 쏠림 현상 때문이다. 지금은 당시보다 (연구계의 의식도) 성숙해 바이오경제를 한다 해서 기계산업이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모사나 스마트병원 준비 등 상생하는 연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10여년 전에는 특정 화학식을 연필로 종이에 그려 넣으면서 연구 구상을 했는데, 이제는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발전해 새내기 대학원생도 각종 도구(툴)로 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 연구 구상 중 가장 우려하던 것이 시행착오로 몇 개월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 현 정부 등장으로 과학계가 기대한 희망 사항의 하나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강화였다. 과학기술혁신본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등은 노무현 정부 때 기관을 부활했다는 인상을 준다. 컨트롤타워 강화가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국무회의를 들어간다. 혁신본부장은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일이 핵심이다. 연구개발을 하는 부처가 20개가 넘는다. 경찰청조차 치안 연구개발을 한다. 통상본부장이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의 통상 관련 사안을 챙기는 것처럼, 혁신본부장도 국민 생활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조정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또 심의회를 과거에는 혁신본부 안에 둬, 사실상 공무원이 됐다. 현 정부에서는 민간전문가로 심의회를 꾸리고, 자문회의와 통합해 의장을 대통령으로 두도록 했다. 심의회는 각 부처의 연구개발 예산을 6월에 심의하고, 기재부는 8월에 예산을 결정하는데 올해부터 심의회가 다시 한번 검토 심의하는 절차를 두기로 합의했다.

정리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