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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8 16:29 수정 : 2019.07.08 16:36

소의 장내 미생물이 메탄가스 생산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이를 이용해 메탄가스를 적게 만드는 소를 선택해 육종하는 방안을 국제 공동연구팀이 제안했다. ‘사이언스’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국제연구팀 젖소 1000마리 장내세균 분석해
메탄가스 생산에 관여하는 미생물들 찾아내
방귀 조금 만드는 세균 지닌 유전자 소 선택
“우유 양과 질 유지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

소의 장내 미생물이 메탄가스 생산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이를 이용해 메탄가스를 적게 만드는 소를 선택해 육종하는 방안을 국제 공동연구팀이 제안했다. ‘사이언스’ 제공
국제 연구팀이 메탄가스를 덜 생산하는 장내 미생물을 지닌 소를 선택해 육종하는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를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은 훌륭한 사육기술이나 맛난 사료가 아니다. 우유 마술사는 장 속에 사는 미생물들(마이크로바이옴)이다.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체코, 핀란드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고품질 우유를 만들어내는 장내 미생물들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고급 우유를 생산하면서도 주요 온실가스의 하나인 소의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에 보고했다.

소나 양, 염소 등 반추동물(되새김질 동물)은 수백만마리의 미생물들이 서식하는 반추위(되새김질 위)를 갖고 있다. 반추위는 건초, 풀 등 쉽게 소화되지 않는 식물성 물질들을 으깨어 유용한 영양분과 칼로리로 변환시켜준다. 문제는 반추동물들이 트림이나 방귀로 한해 1억t의 메탄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반추위에서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농경이 시작된 이래 배출된 인간 유래의 온실가스 가운데 두번째로 많다. 인간 유래 메탄가스의 37%는 반추동물들한테서 배출된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의 14.5%에 해당한다. 소 한 마리가 연평균 70~120㎏의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전세계에는 15억만 마리의 소가 살고 있다.

연구팀은 반추동물 장내 미생물들이 메탄가스 생산과 우유 품질에 어떤 구실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생물의 특성을 분류하고 이들 미생물이 축우 성장률, 우유 품질과 양, 메탄가스 생산량 등 수많은 특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했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지의 7개 농장에서 1016마리의 소들로부터 4년 동안 미생물 디엔에이(DNA)와 이들 특질에 관련된 정보들을 모았다. 소들은 유럽 젖소 분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홀스타인과 노르웨이적색우 두 종이다.

존 윌리엄스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 교수가 목장에서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애들레이드대 제공
연구팀은 디엔에이로 각각 소들의 장내 세균의 특징을 분류하고, 다른 원충류, 곰팡이, 기타 미생물들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개별 정보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도록 기계학습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각의 미생물이 각각의 특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소 개체마다 각각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있지만 소들의 절반이 공통적으로 512개의 미생물종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9개의 ‘핵심 미생물’들이 우유의 맛이나 메탄가스 배출량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주저자인 영국 애버딘대의 존 월러스는 “장내 미생물의 소 특질에 대한 영향력은 놀라운 정도로 컸다. 전체 미생물들을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소의 장 속에 특정 미생물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시절 연구에 참여한 논문 공저자 존 윌리엄스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 교수는 “연구팀은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비중이 유전자 구성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추위에 메탄 생산을 많이 하는 미생물을 가진 젖소를 선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쁜 영향을 끼치는 미생물들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메탄가스 배출을 5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애버딘대와 이탈리아 파다노테크노파크,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등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연구소들이 참여하는 루미노믹스(RuminOmics) 사업 차원에서 수행됐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전에 우리는 해초 등으로 사료를 바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방법을 쓰면 영구적으로 메탄가스를 적게 생산하는 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탄가스를 적게 생산하는 특질과 육질이나 우유 생산성, 질병 저항성 등 다른 유용한 특질들을 비교해야 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메탄가스를 적게 생산하는 소의 선택권은 축산업자한테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의 장내 미생물군과 우유 생산 효율의 사이에 높지는 않지만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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