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15:37
수정 : 2019.07.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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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돛을 활짝 펼친 라이트세일 2호. 내장된 카메라로 찍은 셀카 사진이다.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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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입자가 돛에 부딪치는 힘으로 이동
성공 땐 미래 성간여행 동력원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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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돛을 활짝 펼친 라이트세일 2호. 내장된 카메라로 찍은 셀카 사진이다.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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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돛배가 마침내 돛을 펴고 햇빛을 바람 삼아 우주 항해를 시작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우주돛배 '라이트세일(LightSail) 2호'가 23일(미국 현지시각) 고도 720km 지구 저궤도에서 복싱 링 크기의 32㎡짜리 돛을 활짝 펼치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돛은 식빵 한 덩어리 크기의 초소형 위성 안에 접힌 채로 있었다. 마일러(Mylar)라는 이름의 이 돛은 아주 얇은 합금 막으로, 4개의 삼각형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6월25일 발사된 라이트세일 2호는 태양이 쏟아내는 빛입자(광자)의 힘을 미래 우주선 추진동력으로 쓴다는 ‘솔라세일'(solar sail) 개념의 실용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우주돛은 처음엔 힘이 아주 미약하지만, 광자의 힘이 쌓이면서 나중엔 강력한 추진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용성이 확인되면 연료 걱정 없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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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세일 2호의 우주 항해 상상도. 행성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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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세일 2호는 태양광 입자가 돛에 부딪치는 압력을 이용해 한달 동안 하루 500m씩 고도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라이트세일 2호는 지구 궤도를 돌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다. 1년 후엔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 산화할 예정이다.
솔라세일은 애초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76년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해 태양광을 에너지로 항해하는 우주선 모델을 제시하면서 구상이 구체화했다. 세이건이 솔라세일을 생각하게 된 건 성간여행을 위해서다. 그는 1980년 외계생명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 행성협회를 설립하면서 외계행성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솔라세일을 제시했다.
생전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추진한 성간여행 프로젝트 스타샷(Starshot)도 우주돛 개념을 원용한 것이다. 스타샷은 4.3 광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외계항성 '알파 센타우리' 여행 프로젝트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태양광이 아닌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빛의 5분의 1 속도로 20년간 항해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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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세일 2호가 찍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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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돛배 실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행성협회는 2015년 라이트세일 1호를 발사했지만 이때는 지구궤도에서 돛을 펴는 것만 시험했다. 2010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발사한 첫 우주요트 '이카로스'(Ikaros)가 광자의 압력을 우주선 추진력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2010년 11월 나노세일D(Nanosail-D)라는 이름의 소형 큐브샛을 발사한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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