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8 16:02
수정 : 2019.11.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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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사의 기상위성(GOES-14)이 촬영한 지구 영상.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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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나사의 ‘그레이스 위성’ 시리즈 활용해
지구 편평률 고려한 얼음 상실량 재계산
기존 추정보다 많이 녹고 해수면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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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사의 기상위성(GOES-14)이 촬영한 지구 영상.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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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연구팀이 지구의 편평률을 정밀 측정해 극지방 얼음의 상실을 정밀하게 측정해보니 기존 추정치보다 얼음이 훨씬 많이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사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여러 가지 중력측정법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편평률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해 극지방 해빙의 감소를 정확하게 측정한 결과 기존에 추정했던 것보다 해빙의 감소와 해수면의 상승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서양의 빙상에서 매년 15.4기가톤의 얼음과 그린란드 빙상에서 매년 3.5기가톤의 얼음이 추가로 녹아 해수면이 연간 0.08㎜ 더 상승한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지구는 둥근 공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구체는 아니다. 자전 때문에 양쪽 극 방향에 비해 적도 방향의 중간부분이 약간 더 뚱뚱하다. 극 방향의 편평한 정도를 편평률이라 하는데, 적도 반지름과 극 반지름의 차를 적도 반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나타낸다. 편평률 변화를 관측하는 것은 극지방의 얼음 상실을 추적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브라이언트 루미스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빙상은 더 많은 얼음을 잃고 바다는 더 많은 물을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것은 나사의 그레이스(GRACE) 위성 자료이다. 그레이스위성은 중력 측정과 기후 실험을 연구하기 위해 나사가 2002년 발사한 위성으로, 2017년 임무 기한이 끝나 후속 임무 수행을 위한 그레이스-포(GRACE-FO) 위성이 2018년에 발사됐다.
두가지 임무 수행을 위해 두 위성은 지구 지표 위를 통과할 때 서로의 궤적을 면밀하게 추적하도록 설계됐다. 지표 위나 지표 바로 아래에 있는 큰 물체들 곧 산이나 빙하, 대수층 등은 앞쪽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중력으로 끌어당겨 속도를 살짝 증가시킨다. 뒤에 따라가는 두번째 인공위성과 연결된 전파는 살짝 늘어났다가 두번째 인공위성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변한다. 두 위성 사이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크기로 아래 물체들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레이스와 그레이스-포의 편평률 측정은 다른 방법만큼 정확하지 않다. 루미스는 “그레이스가 중력 분야에서 잘 관측하지 못하는 유일한 분야가 편평률”이라고 말했다.
편평률의 변화는 위성 레이저 거리측정(SLR)이라는 다른 방법에 의해 잘 관측된다. 이 기술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상기지국에서 위성으로 레이저빔을 쏘아 위성에 설치된 특수 제작 거울에 의해 얼마나 빨리 반사돼 돌아오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에 미치는 중력 효과를 측정하는 것은 지구상 물체의 질량을 계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더 작은 공간 규모에서 그레이스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에스엘아르는 편평률을 측정하는 데 훌륭한 도구이다.
루미스는 “그레이스 운영 초기부터 과학자들은 그레이스의 편평률 값을 좀더 정확한 에스엘아르 측정값으로 대체해왔다”며 “극지방 편평률의 정확한 계산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지방 얼음의 상실을 예측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루미스 연구팀은 이전의 편평률 계산과 자신들이 알아낸 편평률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방법이 얼음 상실과 관련해 다른 측정방법과 일치하는 정밀한 결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중 하나가 ‘해수면 버짓’(Sea Level Budget) 곧 ‘해수면 변화를 일으키는 인자들의 총합’이다. 여기에는 해양의 열적 팽창(‘아르고’라는 무인관측기로 측정한 것), 에스엘아르의 도움을 받아 그레이스와 그레이스-포가 측정한 해양 전체 질량의 변화 등이 포함된다. 이 두 개의 측정값은 현재 제이슨-3(Jason-3) 위성과 같은 위성 레이더 고도계에 의해 측정된 전체 해양 해수면 높이의 변화값에 합산돼야 한다.
연구팀의 해빙 상실 측정의 개선 방식을 적용하면 ‘해수면 버짓’은 거의 ‘고갈’ 수준에 가까워졌다. 루미스는 “새로운 방식은 약간 통통한 지구의 정확한 ‘몸무게’를 측정할 수 있어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아주 미세한 변화이지만 해수면 버짓의 고갈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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