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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6 13:51 수정 : 2019.12.16 14:14

대영박물관은 오는 19일(현지시각)부터 3500년 전 고대 미노스문명 때 사용한 일회용 머드컵(왼쪽)을 전시한다. 옆에는 1990년대 만들어진 일회용 방수코팅 종이컵이 함께 전시된다. 대영박물관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대영박물관 19일부터 크레타섬 유물 전시
축제와 향연에 사용한 머드컵 수천개 발견
“지배층 부와 지위 과시용으로 만들어 쓴 듯”

대영박물관은 오는 19일(현지시각)부터 3500년 전 고대 미노스문명 때 사용한 일회용 머드컵(왼쪽)을 전시한다. 옆에는 1990년대 만들어진 일회용 방수코팅 종이컵이 함께 전시된다. 대영박물관 제공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은 현대인의 발명품이 아니라 기원전 1500년 전 고대인들이 먼저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영박물관은 오는 19일(현지시각)부터 3500년 전 유럽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미노스 사람들이 일회용으로 사용한 토기 컵을 전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컵들은 미노스 사람들이 살았던 그리스 크레타섬 고고학 유적지와 크노소스궁전 터에서 수천개가 발견됐다. 손잡이가 없는 원뿔 모양의 토기 컵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려 개최한 대형 파티나 향연, 축제 등에 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전시책임자인 줄리어 팔리는 “사람들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이 현대 소비사회의 발명품이 아니며, (기원이)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에 놀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노스인들은 궁전에 파티나 향연, 현대의 장애물 경주보다 훨씬 위험한 황소 뛰어넘기 같은 경기를 위해 모여들었다. 팔리는 “사람들은 큰 무리를 지어 모였고 오늘날처럼 어느 누구도 설거지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일회용 컵은 편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온갖 재원들 때문에 부의 상징이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토기 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고 그 숯으로 진흙을 구우면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되기에 고대인들이 친환경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팔리는 전시물들이 관람객에게 단지 죄의식을 느끼게 하기보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인류는 항상 쓰레기를 만들어왔다. 쓰레기 생산은 인류 생존의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우리는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우리는 옷을 지어 입는다. 어느 것도 영속하는 건 없다. 쓰레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우리 존재의 본질이다.  팔리는 “하지만 (고대인의 일회용 컵은) 규모와 소비에 대한 심각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인간이 지금까지 그리 잘 찾지 못해온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트위그 피셔 대영박물관 관장도 “이번 전시가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쓰레기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대영박물관은 석유재벌 비피(BP)의 후원을 받고 있어 환경운동가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의 일회용 컵들이 만들어져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초기에 생산된 방수코팅 종이컵이 고대 일회용 컵과 나란히 놓일 예정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노란 생선바구니와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보여주는 태평양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팔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미노스 일회용 컵이 수천개에 이르지만 현대인들은 해마다 전세계에서 3000억개의 종이컵을 만들고 있다. 미노스 문명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전지구적 소비경제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은 인류가 늘 해오던 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생분해하는 데 수천년은 아니더라도 수백년은 걸릴 물질들로 그것도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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