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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8:00 수정 : 2020.01.10 10:04

보편언어인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은 문화권이 달라도 같을까? 픽사베이

미국인·중국인 대상 2천여곡 반응 조사 결과
기쁨, 평안, 공포, 활력 등 13가지 범주 나눠져
같은 음악엔 같은 감정 반응…보편성도 확인
인터랙티브 지도 공개...개인 목록 활용 가능

보편언어인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은 문화권이 달라도 같을까? 픽사베이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주요한 매개체다. 멜로디와 리듬, 가사가 어우러져 내는 천변만화의 노래와 음악은 때론 눈물을 자아내고, 때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또 어떤 음악은 몸을 들썩이게 하지만, 어떤 음악은 짜증을 유발한다. 말 없는 보편언어라는 음악은 과연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자극할까? 문화권이 달라도 같은 음악은 같은 감정을 유발할까?

미 유시버클리대(UC Berkeley) 과학자들이 미국인과 중국인 2500여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 뒤 그에 대한 감정 반응을 분석한 결과, 음악이 일으키는 감정 범주는 대략 13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분류한 13가지 감정은 즐거움(재미), 짜증(불쾌), 불안(걱정), 아름다움, 평안(이완), 몽환, 활력, 관능, 반항(분노), 기쁨, 슬픔(우울), 두려움, 승리(들뜸)다.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은 1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우선 미국인 1591명, 중국인 1258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집한 2168곡의 음악을 들려줬다. 포크, 재즈에서 클래식은 물론 행진 밴드곡, 실험적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각기 40가지의 샘플 음악을 들려준 뒤, 연구진이 제시한 28가지의 감정 범주 중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그 감정의 강도를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답변을 분석한 결과, 참가자들이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은 13가지로 요약됐다.

록 밴드 `더 클래쉬’의 공연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예컨대 1980년대 록밴드 더 클래쉬(The Clash)의 `락 더 카스바'(Rock the Casbah), 클래식 바로크음악의 명곡이라 할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국의 솔 가수 앨 그린(Al Green)의 출세곡인 1971년 `렛츠 스테이 투게더'(Let's Stay Together)는 관능을 자극했다. 하와이 출신 음악가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의 대표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는 기쁨의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헤비메탈 음악은 연구진의 예상대로 반항심을 자극했다.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고전 공포영화 `사이코'에서 그 유명한 샤워 장면의 배경 음악으로 쓰인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더 머더'(The Murder)는 제목답게 공포심을 유발했다. 느린 바이올린 연주곡은 슬픈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느린 바이올린 연주곡은 슬픈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2단계로 두 나라 사람들이 같은 음악에 대해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엔 미국인과 중국인 1천여명이 참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서구와 중국의 전통 음악 300여곡을 들려줬다. 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음악은 참가자의 문화권과 상관없이 비슷한 감정을 일으켰고 이 역시 13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앨런 코웬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음악은 보편언어임에도 우리는 평소 음악이 뭘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이 얼마나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일으키는지를 이해하는지, 그 비밀을 푸는 커다란 첫 발걸음을 떼고 싶었다고 이번 연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분장애의 원인에서 감정의 신경과학적 기반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이 만든 음악 감정에 관한 인터랙티브 지도. 유시버클리대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인터랙티브 지도(https://www.ocf.berkeley.edu/~acowen/music.html#)도 작성했다. 지도 속의 알파벳 문자에 커서를 놓으면 각 감정 범주에 속하는 음악 오디오 클립을 들을 수 있다. 두 번 클릭하면 유튜브 동영상 원본으로 넘어간다. 예컨대 알파벳 `J'는 기쁨(Joy)의 감정 범주를 가리키는데, `J' 위에 커서를 올려 놓으면 조지 해리슨의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 등의 오디오 클립이 흘러나온다. 커서를 누른 상태에서 오디오 클립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이 인터랙티브 지도의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의 기분에 맞춰 들을 수 있는 음악 감상 목록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6일치에 실렸다.

나의 13가지 감정 음악 목록은?

다음은 미국의 한 스포츠코칭 전문가가 인터랙티브지도에 올라 있는 음악을 일일이 듣고 작성한 자신의 `13가지 감정 음악 목록' 26곡이다. 온라인 매체 <피지컬 투데이>에 소개한 것을 참고용으로 옮겨 싣는다.

* 즐거움 : "Everybody Loves Me, Baby" by Don McLean, "I'm Too Sexy" by Right Said Fred

* 짜증 :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by Gotye (feat. Kimbra),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by Eurythimcs

* 불안 : "Breathe Me" by Sia, "Pressure" by Billy Joel

* 아름다움 : "Has Anyone Ever Written Anything for You" by Stevie Nicks, "Rocky Mountain High" by John Denver

* 반항 : "Invincible" by Pat Benatar, "I Am What I Am" by Gloria Gaynor

* 몽환 : "Sense of Wonder" by Van Morrison, "Bright As Yellow" by Innocence Mission

* 관능 : "I Want Your Sex" by George Michael, "Afternoon Delight" by Starland Vocal Band

* 활력 : "You Shook Me All Night Long" by AC/DC, "Family Tree" by Caylee Hammack

* 기쁨 : "Cherish" by Madonna, "Best Days" by Lissie

* 평안 : "Come in from the Cold" by Joni Mitchell, "Carolina in My Mind" by James Taylor

* 슬픔 : "The Last Song" by Elton John, "Merchant of Love" by Joan Armatrading

* 두려움 : "Closer" by Nine Inch Nails, "Song of Joy" by Nick Cave and the Bad Seeds

* 승리 : "I'm Coming Out" by Diana Ross, "I Am Woman" by Helen Redd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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