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14 00:59 수정 : 2020.01.14 10:05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반도체 공정에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도체공정에 불화수소보다 100배 더 필요
기존 팔라듐보다 2000배 싼 전기촉매 고안
그래핀 이용 물과 산소만으로 H₂O₂ 생산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반도체 공정에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간 긴장을 높인 품목 가운데 불화수소(HF)는 반도체 공정에서 세정제로 쓰이는 물질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의 세정제로는 과산화수소(H₂O₂)가 100배 이상 많이 쓰인다. 과산화수소가 한일 무역전쟁에서 주목받지 않은 것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과산화수소 생산 공정에는 값비싼 귀금속이 촉매로 사용되고 많은 에너지가 들 뿐더러 부산물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연구팀이 화학 및 제약산업의 핵심재료인 과산화수소를 산소와 물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해, 생산 효율을 8배 이상 높였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과 성영은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13일 “유종석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친환경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리얼스> 11일(한국시각)치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의 모식도. IBS 제공

과산화수소는 소독제 등 의료용이나 치약·주방세제 등 생활용품, 폐수처리제 등에 흔히 쓰이는 화학물질로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는 불순물 제거용으로 사용된다. 제지회사 등 펄프 및 종이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여 세계 생산량의 50% 가까이를 소비한다. 반도체 세정제로는 불화수소(HF)보다도 100배 이상 많이 쓰인다. 이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주로 ‘안트라퀴논 공정’이라는 방법으로 생산되는데, 값비싼 팔라듐 촉매를 사용하고 에너지를 많이 쓸 뿐더러 부산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Co) 원자를 올린 단순한 형태의 촉매를 개발해 기존 팔라듐 촉매를 대신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코발트 값은 지난해말 기준 1㎏당 32.4달러로, 1㎏당 6만6484달러인 팔라듐에 비해 2000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는 산소가 가득 포화된 수용액에 넣고 전기만 가해주면 별도의 화합물을 첨가하지 않아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게 촉매보다 최대 8배 이상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1㎏을 사용했을 때 하루 341.2㎏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기존에 보고된 최고 수준인 91.1㎏보다 4배 성능이 뛰어났다. 또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한 뒤에도 초기 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용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왼쪽)과 성영은 부연구단장. IBS 제공

현택환 단장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촉매는 우리 몸 속에 있는 효소”라며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슈퍼옥사이드)를 분해해 과산화수소와 물로 만드는 효소를 본따 망간에 질소 네개가 결합된 형태의 촉매를 만든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기존에는 수소와 산소를 붙여 과산화수소를 만들다보니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물에 산소를 집어넣어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방식이어서 부산물 생성도 없고 후처리도 필요없을 뿐더러 촉매가 고체라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계산화학을 통해서도 정당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