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10 11:00 수정 : 2019.04.10 19:54

효창 독립운동 기념공원 예상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 효창공원·운동장 정비해 2024년 개장
체육계 요구 효창운동장 남기되, 리모델링 논의
공원과 주변 지역 가로막은 공원 담장도 철거
평상시에 휴식처, 기념일에는 추모공간으로

효창 독립운동 기념공원 예상도. 서울시 제공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효창원)이 2024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아 독립운동단체·역사학계에서 철거를 주장해온 ‘효창운동장’은 유지하되, 체육계 의견 등을 수렴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공원과 지역사회를 가로막았던 효창공원 담장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용산구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을 2024년까지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효창공원을 대한민국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공원으로 바꾸자는 <한겨레>의 제안과 관련해, 국가보훈처가 같은 해 8월 효창공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효창운동장 밑 독립운동가 추모 전시 예상도. 서울시 제공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지은 효창운동장을 철거하는 일은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시는 효창운동장이 1960년 이후 60년가량 효창공원 안에 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한국 축구 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운동장 자체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백범 등 8명(안중근 의사 빈 무덤 포함)의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훈 분야 전문가들은 ‘묘역을 가리는 시설 철거’와 ‘많은 사람이 찾는 독립운동가 기념장소’를 요구했고, 축구 전문가들은 ‘국제규격 축구장 유지와 트랙 제거, 스탠드 일부 철거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사는 지난 1월21일∼2월15일 100명에게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체육계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년과 효창공원의 역사적 의의를 고려해 운동장 리모델링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경기장으로서의 표준규격을 유지하면서 스탠드와 조명탑을 철거하는 일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간 역사학계와 보훈단체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지은 효창운동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을 추진했을 때는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 협조가 잘되지 않았다. 또한 대체 구장을 원한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계의 반대도 거셌다. 이태부 한국오비(OB)축구회 생활축구본부장은 “서울시와 수차례 회의와 논의를 해왔다. 시정을 방해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축구인들의 위상에 걸맞은 전용구장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운동장 외에도 독립운동기념과 전혀 관계가 없는 시설물에 대한 철거 여부도 논의된다. 반공투사위령탑(1969년), 육영수 여사 송덕비(1975년), 원효대사 동상(1968년) 등이다. 시 관계자는 “유관 단체와 논의해가며 착공 전까지 철거·존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창 독립운동 기념공원 구상안 조감도. 서울시 제공
시는 독립운동가 묘역을 ‘일상 속 성소’로 바꾸기 위해 주변 연못을 고쳐 평상시에는 시민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이나 쇼팽,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인이 안장된 파리의 도심 공원인 ‘페르 라셰즈 묘지공원’ 같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또 시는 효창공원을 둘러싼 담장을 없애고 주변의 역사·문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일제가 이전하고 훼손시킨 ‘효창원’의 옛 공간을 회복할 방침이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도 조성한다.

한편 효창공원 북쪽에 있는 ‘손기정 체육공원’의 시설을 새로 고쳐짓는 작업은 내년 6월에 마무리 된다. 남쪽으로는 이봉창 의사 생가터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이 내년 4월 문을 연다. 공원 후문에 신축 예정인 ‘체육센터’ 내부에는 샤워실, 카페 등 부대시설이 마련된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효창운동장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원순 시장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시민 삶과 괴리된 공간, 특별한 날에만 찾는 낯선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미래 세대가 뛰어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효창운동장을 포함한 공원 전체 재조성 사업은 서울시가 주관하고 문화재 관련 사항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진행된다. 시는 2021년 착공할 예정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