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9.17 20:48 수정 : 2008.09.17 20:48

서강대 학생들이 ‘곤자가 국제학사’ 준공식이 열린 지난달 25일 비싼 기숙사비에 항의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강대총학생회 제공

서강대 기숙사비 너무 비싸 입주율 못맞춰
투자업체에 부족액 물어야…“등록금 낭비”

대학가에 ‘민자 기숙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강대가 등록금으로 민간 투자자의 수익을 맞춰줘야 할 처지에 놓여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 2006년 산은자산운용으로부터 368억원을 투자받아 지난 8월 지하 3층, 지상 12층, 수용인원 950명 규모의 기숙사를 완공했다. 산은자산운용이 20년 동안 운영한 뒤 학교에 넘기고, 학교는 해마다 7.2%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이른바 민간투자운영(BTO) 방식으로 지은 것이다. 수익률을 맞추려면 기숙사 입주율이 최소한 75%를 웃돌아야 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학교쪽이 부족액 만큼을 물어줘야 한다.

그러나 기숙사가 문을 연 지 3주가 지났고 입주 신청 마감을 한 차례 연장했는데도 17일 현재 입주자 수는 650여명으로 입주율이 6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교 쪽은 입주율이 73%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2인실을 한 명에게 제공하는 편법으로 집계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쪽이 무리한 민자 유치 사업으로 결국 등록금으로 투자 손실액 십수억원을 물어줘야 할 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김아무개(22)씨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비싼 등록금을 낭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학교 1학년 이아무개(19)씨는 “이 정도 수준의 시설은 학교 바깥에도 얼마든지 있다”며 “학교라면 좀 더 싼 가격에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숙사를 고민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교 쪽은 입주율을 높이려 기존 기숙사 학생들을 민자 기숙사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학교 쪽이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이주비까지 지급하겠다며 밝혔지만, 기존 기숙사 입주 학생의 92%가 이전에 반대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민자 기숙사의 입실료가 너무 비싼데다 이전할 경우 기존 기숙사가 결국은 없어지게 될 것을 많은 학생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기숙사는 사용료가 4개월(4인실)에 110만원인데, 새 민자 기숙사는 170만원(2인실)과 260만원(1인실)에 이른다.

이에 대해 우재철 서강대 홍보실장은 “2학기에 문을 열어 입주율이 낮을 뿐, 신입생이 들어오는 내년 초에는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며 “학교 쪽이 물어줘야 할 돈도 많아야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민자 기숙사는 2006년 건국대 이후 서울·경기 지역 사립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오는 2010년께 모두 10여개 대학이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