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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9 21:10 수정 : 2008.09.29 22:19

29일 위원회 발족…내년 2월까지 관련 법안 등 세부안 마련
지방국립대 “고사할 것” 반발…학생들 부담만 가중 우려도

서울대가 법인화를 향한 발걸음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는 29일 김신복 부총장과 박성현 통계학과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법인화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서울대는 이 위원회를 통해 내년 2월까지 관련 법안 등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가 가져올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학내·외의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 법인화 추진 배경 서울대가 이처럼 법인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법인 전환을 통해 인사·조직·재정상 큰 폭의 자율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조직의 부속기관인 서울대가 별도의 법인으로 전환되면 학과의 개설과 폐지는 물론 기관 신설이나 시설 증축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또 실적에 따라 단과대에 예산을 탄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학과 간 경쟁을 통해 뒤떨어진 학과를 퇴출시키는 것도 정부의 간섭 없이 해 나갈 수 있다. 예산 지원을 무기로 한 정부의 간섭이 대학 운영을 경직시켜 발전을 막아 왔다는 것이 서울대의 판단이다.

박성현 교수는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려면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 새로운 제도적 틀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법인화를 추진하게 됐다”며 “법인화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려와 비판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 국립대들은 서울대의 독자적 법인화 추진에 대해 “다른 국립대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서울대 이기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인 정용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대와 달리 여건이 열악한 대다수 지방 국립대들은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국립대에 대한 교육예산 증액 등 국립대 법인화의 전제 조건에 대한 논의 없이 서울대가 독자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하는 것은 대표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인 김안중 교육학과 교수도 “지금 상황에서 국립대 법인화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대학재정을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 없이 시장 논리 도입을 경쟁력 강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오히려 대학의 학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법인화가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 김정환씨는 “학교는 법인화의 명분으로 자율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지만, 어떤 방향의 자율화인지 등에 대해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며 “자칫 법인화로 인해 등록금 인상 등 학생들의 부담만 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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