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6 18:53
수정 : 2005.04.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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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의 보물 479호인 동종도 이번 산불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채 6일 오전 발견됐다. 양양/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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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이 화기유출 막아…“마치 용광로”
낙산사 불의 가장 큰 상처는 동종이 녹아 소실된 것이다. 높이 158㎝, 입지름 98㎝인 낙산사 동종(보물 479호)은 1469년 예종이 불자였던 부왕 세조를 기리며 발원해 만든 조선 초기 4대 범종 가운데 하나였다. 특유의 보살무늬와 범자 문양이 돋보이는 희귀 문화재였다.
종각이 불탄 현장에는 녹아내린 범종의 잔해가 깨진 바가지 모양으로 남아 있다. 크기는 3분의 1로 줄었고 한쪽 면은 날아갔다. 문화재청은 잔해를 문화재연구소로 옮겨 보존하고 복원품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원래 종의 수리복원은 영영 불가능하다.
동종 종각은 원통보전 아래 고향당 옆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외진 곳인데다, 화기가 워낙 강해 오랫동안 열기에 노출돼 화를 입었다. 전각이 비좁아 순식간에 불길이 들어찼고, 뒤쪽 대나무숲이 화기가 빠지는 것까지 막아 용광로 가마처럼 돌변했다.
전통 종은 구리를 바탕 재료로 하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주석과 아연을 소량 섞어 만든다. 1.1톤짜리인 이 동종은 2003년 서울대 연구팀 조사에서, 구리 80.04%, 주석 19.93%로 구성됐음이 확인됐다. 구리의 녹는점이 약 1083도이고 주석을 10~20%쯤 첨가하면 녹는점은 994~875도가 된다. 따라서 주석 함량이 20%에 육박하는 동종은 화기가 지속돼 온도가 800도 이상 올라가자 곧장 녹아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절 들머리에 1980년대 세운 새 범종각은 종각이 불탔는데도 종의 외형이 말짱했다. 성분이 순철이어서 녹는점이 1500도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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