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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7 20:39 수정 : 2005.05.17 20:39

일본 고치현 현립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수달. \


“수달 살리는건 강 살리는 일 보전 뒷짐진 정부
지자체 화천군 청정노력만 했으면

“수달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자연적 회복을 위한 노력에 들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 시점을 넘기면 반달가슴곰과 같이 재도입이 필요한 단계가 됩니다. 재도입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실패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한성용(40)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환경부, 문화재청, 강원도, 화천군 관계자들에게 일본·독일 수달보전현장을 안내하는 동안 내내 수달 보전을 위한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 소장은 지난 1997년 한국수달 생태 연구로 학위를 받은 국내 유일의 수달 박사다. 또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수달분과의 동북아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인 수달 전문가다. 그런 그이기에 그의 경고를 예사로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수달이 최근 들어서는 도로까지 올라와 자동차에 치이고, 수질이 좋지 않은 하천에서도 발견되는 상황이 아닌가?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수달이 발견되는 것은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서식조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벌인 하천정비공사로 몸을 숨길 공간을 잃고,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수달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인간에게 발견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달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하천환경의 파괴에 있는 만큼 한 소장이 주장하는 수달의 자연적 회복은 하천환경과 생태계의 총체적 복원으로 연결된다. 하천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수달의 생존은 그 하위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수달 살리기가 하천 살리기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래서다.

한 소장은 “곧게 펴지면서 유속이 빨라져 물고기가 서식하기 어렵게 된 하천을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게 바꿔 수달이 먹이를 구하기 쉽게 해주고, 하천변에 숲을 조성해 몸에 숨길 공간을 만들어 주며, 하천정비과정에서 수달의 서식처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는 반드시 인공적인 대체 서식처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달이 위협에 처해 있지만 수달을 보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수달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한 환경부가 지금까지 그 보전을 위해 한 가시적 조처는 전남 구례군 섬진강 생태계보전지역의 수달 서식지에 인공 보금자리 6개를 설치하고, 하천을 가로지는 보 중앙에 이동통로를 만들어 준 정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놓은 문화재청도 서식환경을 보호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비춰 강원도 화천군이 수달에 기울이는 정성은 눈길을 끌만하다. 화천군은 수달센터건립 예산으로 올해 50억원을 편성하고, 건립 예정지인 파로호 주변 땅 매입 협의에 들어가는 등 수달연구센터의 설립에 앞서 나가고 있다. 오는 2007년 6월에는 매 3년마다 열리는 국제자연보존연맹 수달전문가그룹 총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내가 많이 보인다고요?
그노의 콘크리트 강둑 때문에
몸 숨길곳 없고 먹이 사라져
차에 치이는 형편인데도…“

인구 2만5000여명에 불과한 화천군이 군재정 형편으로 볼때 거금을 들여 수달연구센터 건립에 나선 데는 수달을 지역발전에 이용해보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수달도 살리고, 이들 통해 청정지역임을 사회적으로 인증을 받겠다”며 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경남에 마산에 살면서 섬진강을 중심으로 수달을 연구해오던 한 소장은 올해 2월에 가족들을 설득해 아예 주민등록을 화천군으로 옮기고 화천군에 수달센터를 세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화천군의 의욕적인 태도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는 이미 대구와 구례, 산청 등 몇 개 시군에 수달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가 화천을 택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파로호 상류는 휴전선 너머 북한 금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한과 협력해 남쪽의 수달과 금강산의 수달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수달의 통일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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