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3 09:44 수정 : 2005.01.23 09:44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에 항의하며 청와대 부근에 방을 얻어놓고 일체의 곡기를 끊은 채 87일째 단식을 이어온 지율 스님이 21일 돌연 잠적,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21일 자신이 요구한 '환경영향 공동 조사' 등 단식해제 조건을 정부가 모두 거부한 사실을 확인한 뒤 문정현 신부, 김제복 수사, 동생 등과 함께 서울 마포의 M수도원으로 향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자신의 거처가 워낙 많이 알려진 데다 21일 오후 들어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까지 잇따라 찾아오자 단식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스님은 21일 저녁 수도원에서 나온 뒤로는 종적을 감춰 경찰도 행방을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수도원에서 나오면서 손정현 천성산대책위 사무국장이나 박영관 부산시 교육위원 등에게 전화를 걸어 "내 몸을 내려놓을 곳을 찾아야겠다", "뒷일을부탁한다"는 등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스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처소를 옮긴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인들은 "스님이 목숨을 끊기보다는 '더 큰 길'을 택하지 않겠느냐"며애써 희망적인 풀이를 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종교인이고 상황 판단이 빠른 점에 비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않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을 가까이에서 살펴온 한 지인은 "자살을 금기시하는 종교인으로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리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한 만큼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없이 스러지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율 스님이 최근 천성산 생태계 해설집이라고 할 만한 '초록의 공명' CD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는 데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그는 단식과정에서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와 모 환경단체의 이중성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만약 내가 단식을 풀게 된다면 아이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경찰도 일단 우려보다는 희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3일 "스님이 오랜 단식 때문에 판단력을 잃지만 않는다면 한동안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느냐"며 "'스님이 편안하고 안전한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