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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9 10:53 수정 : 2017.06.19 11:01

[국립공원과 나] 엄홍길 산악인

40년 세월을 함께한 북한산
‘원도봉산 날다람쥐’라 불려
히말라야 16좌 완등 밑바탕

산악인 엄홍길씨(맨 오른쪽)가 국립공원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열린 ‘명사와 함께하는 힐링로드 걷기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북한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3살 때부터 마흔이 되기까지, 북한산 국립공원 내 원도봉산 중턱에 터를 잡고 살았다. 국립공원에서 40년 산 셈이니, 나는 지독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들보다 특출할 것 없는 나는 산악인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부터 산은 나에게 전부였다. 차가 다니는 도로변까지 가려면 1시간 정도를 걸어야 했으니, 모든 것을 산에서 해결해야 했다. ‘원도봉산 날다람쥐’라고 불릴 정도로 하루 24시간 전부가 산과 함께였다. 산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당시 산골짜기를 수없이 올라 다니며 봤던 이름 모를 봉우리와 깎아지는 절벽들, 골짜기마다 굽이쳐 흐르는 맑은 계곡의 모습은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다.

산은 나에게 유년 시절을 거치며 더없이 친한 친구로, 때로는 지혜로운 스승으로 가르침을 주었다. 먼저 가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자연 앞에서 겸허히 고개 숙일 줄 아는 겸손함도 배웠다. 어떻게 보면 나는 국립공원에서 산악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갖추게 된 셈이다. 되돌아보면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16좌 완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국립공원에서의 수많은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경부 제공
세상 누구도 달성치 못한 목표를 처음으로 이루고 나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문득 고민하게 되었다. 이것도 산이 준 숙제일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산은 나에게 이토록 자신을 허락했는지.

깊은 고민 끝에, 대자연이 가르쳐준 희망과 용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은 나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에게 내가 만난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참 고맙게도 여기저기에서 나를 불러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청소년들이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시간을 쪼개 찾아가게 된다. 꿈꾸는 방법조차 모르고, 도전이라는 말을 가슴 한구석에 담아두고만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아지는 오늘날, 나의 이야기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을 품게 하리라는 기대감으로 그들 앞에 찾아가게 된다.

한편으로 아이들이 자연으로 국립공원으로 많이 찾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자연이 들려주고 가르쳐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만나 뛰놀며, 내가 배웠던 희망과 용기를 직접 깨쳤으면 좋겠다.

지난 6월8일, 국립공원 5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북한산 걷기 행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과 함께,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과 미소가 겹쳤다. 오롯이 자연이 길러낸 아이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국립공원의 자연과 함께 자라며, 그들의 마음속에 보석처럼 감추어진 순수한 눈빛과 미소를 되찾길 바란다.

엄홍길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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