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1 04:19
수정 : 2017.06.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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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진 큰돌고래 ‘태지’가 21일 새벽 사육사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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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혼자 남은 큰돌고래 ‘태지’
21일 새벽 제주 퍼시픽랜드에 안착
“몸 상태 좋아…새 친구 사귀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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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진 큰돌고래 ‘태지’가 21일 새벽 사육사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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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 혼자 남았던 큰돌고래 ‘태지'가 제주 퍼시픽랜드에 무사히 안착했다.
태지의 제주 이송 작업은 20일 오후 2시께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시작됐다. 들것에 몸을 실은 태지는 3시30분께 해양관 밖으로 나와 미리 준비된 무진동 화물차량을 타고 9년 살았던 서울대공원을 떠났다.
태지는 저녁 7시3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화물기에 몸을 싣고 제주공항에 8시50분께 도착했다. 화물기에는 서완범 서울대공원 사육사 등이 화상을 입지 않도록 수건과 헝겊으로 태지의 몸을 덮고 수시로 물을 뿌려줬다.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에 도착한 건 밤 10시30분께. 퍼시픽랜드와 서울대공원 사육사 20여명은 약 1시간여 만에 크레인으로 태지를 보조 풀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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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대공원 해양관 앞에서 큰돌고래 ‘태지’가 무진동차량에 실리고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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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태지는 2008년 서울대공원으로 수입돼 돌고래쇼를 시작했다. 하지만 제주산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가 지난 5월 야생방사를 위해 제주 함덕 정주항의 가두리로 떠난 뒤, 고향에 돌아갈 길 없는 태지는 해양관에 혼자 남아 시멘트 바닥 위에 올라가는 등 심각한 정형행동을 보여왔다. 서울대공원은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으로 태지를 영구 위탁관리 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부 환경단체 반대와 울산 남구의 거부로 민간업체인 제주 퍼시픽랜드에 5개월 위탁관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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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퍼시픽랜드에 도착해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태지. 큰 저항 없이 이송이 완료됐다. 제주/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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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11시30분께 큰돌고래 ‘태지’가 크레인에 실려 퍼시픽랜드 풀장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제주/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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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 이송 작업이 끝난 뒤, 태지는 퍼시픽랜드 보조 풀장에서 약 1㎏의 생선을 평소와 다름없이 잘 받아먹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머리를 내놓고 수면에 떠 있었고, 가끔씩 풀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퍼시픽랜드에는 큰돌고래 ‘아랑’, 남방큰돌고래 ‘비봉’, 두 종의 혼혈인 ‘똘이’와 ‘바다’가 산다. 퍼시픽랜드 쪽은 태지의 스트레스를 우려해 네 마리를 공연용 풀장으로 미리 격리했다. 고정학 퍼시픽랜드 이사는 “태지가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동료 돌고래들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지는 2008년 일본에서 수입된 직후에 혼자 구석에서 움직이지 않는 등 예민한 성격이다. 고정학 이사는 “마음이 맞는 돌고래부터 먼저 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과 계약 조건에 따라 태지는 돌고래쇼에는 나가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태지가 지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 풀장과 공연용 풀장 드나들기 등을 교육할 것이라고 퍼시픽랜드 쪽은 밝혔다. 위탁 관리를 맡긴 태지를 서울대공원이 5개월 뒤 다시 데려가지 않으면, 퍼시픽랜드로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서귀포/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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