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9 17:25
수정 : 2017.07.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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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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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시청광장서 개고기 반대 ‘STOP IT 2017’
도살 직전의 개가 되어보는 가상현실체험 인기
500여명의 시민 도심 행진하며
개 식용 철폐·개고기금지·동물보호법 강화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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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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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고글을 쓴 사람들이 못 볼 것을 본 듯이 깜짝깜짝 놀랐다. 개농장에서 식용견으로 사육되는 개의 입장에서 칼, 망치, 쇠몽둥이 등으로 맞아 죽을 순간을 기다리며 느끼는 공포심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체험 중이었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2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 한순님(65)씨는 “해보니 끔찍했다. 모란시장에서 창틀에 가둬둔 개들, 끌고 가서 죽이는 장면도 직접 봤다. 직업교육기관을 통해 개농장주들은 직업전환을 시켜줘야 하고 지도자, 시민단체,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서 그분들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식용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행사를 하는 시민들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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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서 철창우리에 갇힌 식용견을 풀어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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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식용견의 기쁨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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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시 시청광장 일대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행사 ‘STOP IT 2017’이 열렸다. 굵은 소나기가 오락가락한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의 시민이 동물보호단체가 준비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45개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대학동물동아리 등이 준비한 부스에서는 ‘보신탕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그릇입니다’, ‘동물 학대의 온상 개 식용’, ‘Don’t eat dogs and cats(개와 고양이를 먹지 마시오)’ 등 개 식용 반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부스에는 입양이 어려운 검은개 토리를 입양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개고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시민의 메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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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와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농장 동물의 공장식 축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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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뿐 아니라 다른 동물을 먹지 말라는 호소도 있었다. 인기몰이 중인 동물권영화 ‘옥자’와 관련해 농장 동물에게 ‘공장 대신 농장을’이라는 구호도 있었다. 고양이보호단체인 ‘나비야 사랑해’는 ‘나비탕 금지’도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는 식당 말고 바다에서 만나요’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상어지느러미요리인 샥스핀을 판매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개 식용 반대 단체 ‘다솜’의 김준원 대표는 개고기금지는 동물 학대도 예방할 수 있게 된다”며 “개를 먹지 않는 건 동물복지를 실현해가는 첫걸음”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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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상어지느러미로 만드는 요리인 샥스핀을 먹지 말자는 취지로 샥스핀 판매 호텔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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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작은 모임을 형성해 곳곳에서 개 식용 반대하는 걸 보고 개 식용을 금지할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개농장주들의 생존권도 보호받으면서, 개농장 폐쇄방안이 무엇인지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설득해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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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반대를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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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행진에 나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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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명이 시민들은 오후 1시30분께 30여분 동안 행진했다. 시청광장을 출발해 청계광장, 을지로입구를 지나 시청광장으로 돌아왔다. ‘개 식용을 철폐하라’,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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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금지 행진을 준비 중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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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6일 개농장주들로 구성된 대한육견협회는 9일 집회와 행진을 반대하는 의미의 집회를 열었다. 개고기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이 수면 위로 오르는 중이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임세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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