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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1 11:08 수정 : 2017.07.31 14:21

버니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서워서 숨어 있는 모습이다. 박정윤 제공

[미래&생명] 박정윤의 멍냥멍냥
걷다가 쉽게 지치는 12살 중대형견
알고 보니 고관절에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복용·다이어트하며 이겨내

버니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서워서 숨어 있는 모습이다. 박정윤 제공
“나이가 들어선 지 요즘은 계속 잠만 자요.”

경기도에 사는 버니는 자전거 가게를 하는 보호자와 함께 출퇴근한다. 버니즈마운틴인 12살 버니는 중대형 견이다. 사람으로 치면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다. 보호자인 가족들은 버니가 지난해부터 도통 기운이 없고 잠만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몇 년 만에 만난 버니는 체중도 제법 늘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먹지 않는데도 자꾸 살이 불어나서 운동을 시키려고 하지만 버니는 조금 걷다가 쉽게 지쳐버렸다. 원래 공놀이도 좋아하고 가게에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꼬리 치며 반기던 영업부장 버니였는데, 이제는 한구석에 앉아 잠을 자는 게 버니가 보내는 일상이었다. 젊은 시절만큼은 체력이 안 되나 보다 하고 편하게 쉬도록 배려하면서도, 가족들은 점점 더 잘 안 움직이려는 버니가 걱정이 되었다. 일어나서 걸어 다니면 잘 걸어 다니는데, 버니는 지금 일어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게 가족들의 의견이었다.

검사 결과 버니는 관절염이 있었다. 고관절에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였다. 버니가 아팠을 거란 얘기에 가족들은 ‘아이가 무던해서 한 번도 아픈 내색을 안 했다’고 속상해했다. 버니가 무던한 탓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개가 만성적인 통증 표현에 인색하다. 갑작스러운 통증이 아니라면 웬만해서 비명을 지르거나 낑낑거리지 않는다.(오히려 발톱 깎을 때 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퇴행성 관절질환 때문에 불편해하는 개들이 생각보다 많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초기에 가족들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욱신거린다, 쿡쿡 쑤신다”라고 가벼운 통증을 말로 호소할 수 있지만, 동물은 언어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나타나는 간헐적이고 미묘한 통증 호소는 알아채기 힘들다. 다리를 들고 다닌다거나 절기 전까지는 통증이 있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모든 노견이 움직임이 적어지고 잠을 많이 자고 침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가 불편할 수도 있다. 만성적인 관절염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몇 가지 기억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걸음걸이가 불편하거나 혹은 앉았다 일어날 때 힘들어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고 뻣뻣하게 걷는다거나 예전만큼 빨리 뛰거나 걷지 못한다면 미세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신호일 경우가 많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힘들어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앉을 때도 관절을 구부리지 않고 뻣뻣하게 앉거나 누워 있는 경우에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가끔 버니와 증상이 비슷한데도 검사 결과 관절염이라고 명확하게 진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나온다. 정밀한 검사가 어렵다면, 치료 차원으로 진통소염제를 며칠 먹여보고 증상이 개선되는지를 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 다음 호전이 된다면, 좀 더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또 하나 중요한 치료법은 체중 감량이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듯 개도 마찬가지다. 관절염이 있는 노견은 운동만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없으니 식이조절로 체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500g만 감량해도 관절에 가해지는 무리는 훨씬 덜하다. 그렇게 체중이 가벼워지면서 통증이 줄어들면 강아지 자신도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나 신장기능 관련 혈액 수치가 높아서 약물치료가 어렵다면 침 치료나 다른 보존치료로 통증을 줄여주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버니는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약물 치료와 체중 감량으로 한 달간 치료를 진행했다. 관절영양제 복용도 병행했다. 자전거 가게에 오는 분들이 버니 보고 예쁘다고 사다 준 간식도 모두 마다하고, 평소 식사도 사료는 줄이고 칼로리가 낮은 야채를 추가해 먹였다. 먹는 양은 줄지 않지만 칼로리만 낮췄다.

1.5㎏ 정도를 감량한 뒤 버니는 더는 관절염약을 먹지 않는다. 완치는 아니지만 지금 버니는 가족들과 다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기와 개껌 대신 오이를 먹고 있지만 말이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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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애니멀피플] 박정윤의 멍냥멍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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